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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여름에 '드래곤즈 크라운'이 일본어판으로 정식 발매된 적이 있었다. 게임 자체의 장르는 액션. 그런데 시뮬레이션, 롤플레잉, 퍼즐 등등 복합장르 요소가 많았던 탓에 그 어느 때 보다 언어 압박 만끽했던 타이틀이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겨울 시즌 앞두고 한글버전 내놓겠다는 SCEK 공약이 있어 훗날을 기약할만 해서였다. 그리고, 그 날이 왔다.
'드래곤즈 크라운 한글버전'은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 현지화까지 하면 얼마나 더 재미있어 지는지를 그 스스로 증명해낸 게임이다. 올드 게이머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앤틱한 분위기에 더해, 그 연원을 찾아 들어가자면 저 오락실 시절까지 올라가는 '던전 앤 드래곤즈' 스타일의 게임플레이까지 갖춰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했던 그 게임이 이젠 읽을 꺼리까지 갖췄다.
그냥 단순히 액션게임으로서만 이 게임을 플레이했었다면, 한글을 통해 읽을 수 있게 되면서 그 동안 스킵하기 바빴던 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읽어 보는 매우 큰 즐거움이 생겼다. 이 게임, 은근히 품고 있는 텍스트가 하해와 같아서 이걸 빼먹었던 앞서 일본어판 타이틀은 실상 제대로 즐겼다고 말하기가 민망했던 것. 그런데 이제 그 부분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게이머 입장에서야 기쁘게 즐기면 그만이다.
▲ 이 게임, 무서울 정도로 언어압박이 있었는데 그게 다 해결...!
익히 알려진 대로 파이터, 아마존, 위자드, 엘프, 드워프, 소서리스 등 여섯 클래스를 골라서 진행할 수 있는데, 이들 캐릭터들이 그냥 사람만 바꿔가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는 걸 한글판을 하면서 알 수 있게 된다. 독자적인 엔딩들이야 다들 기본이겠고, 그 와중에 오가는 대화들도 나름 성별 맞춰 가기 때문에 소소하게 이야기들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가뜩이나 콜렉터 성향이나 루프 성향이나 두루 갖추게 게임이 디자인되어 있어서 게임 플레이 시간 등 볼륨이 요즘 액션게임 답지 않게 두툼한 편인데, 이게 한글화까지 만나면서 더 길어지는 경향이 생겼다. 그래도 앞서 일본어 버전과 다르다면 이젠 이야기는 물론 시스템과 가이드까지 두루 보면서 알쏭달쏭 했던 부분을 그냥 한 눈에 보고 앞으로 달려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부분.
여담이지만, 이 게임에서는 별 거 아닌 이야기도 꽤 장황하게 풀어 놓는 중세틱한 어법이 쓰이는 편이어서 스킵하지 않고 놔두면 꽤나 하염없다. 그리고 아이템 설명 등도 긴 건 또 길어서 그런 것들 봐 가는 것도 언제부터인가 일이 된다. 스마트폰으로 웹 서핑 하는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게임 장르가 액션이라는 점과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는 씬에서 만나는 법이니 게임플레이 비중을 너무 낮추면 안 될 것이다.
▲ 음성은 영어/일본어 두 가지를 지원한다. 취향따라 보이스를 골라잡는 재미까지.
PS Vita 버전의 특성은 일본어판과 동일하다. 후면 터치패드로 도적 로니를 다뤄서 난관을 돌파하는 것은 콘솔 버전과 시스템적으로 가장 크게 대비되는 부분. 그런데 리액션 같은 것이 따로 자막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어서, 이 부분에서는 한글버전의 이점을 찾기는 힘들다. 기본적으로 플레이가 상당히 타이트한 것도 있으니, 미션 진행하는 중에는 언어가 그렇게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당연하게도, 글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은 손이 놀 때. 보스전 같은 경우 또는 멀티플레이를 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플레이어의 게임실력으로 가는 것이 된다. 이 때 한글은 시스템적인 상황은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정도로 기능적인 역할을 할 뿐. 그래도 작은 컨디션 표기에 눈치껏 싸움의 방법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점은 소소하게 한글화가 주는 기여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오래된 기간은 아니었지만, 2013년 한 해 동안 정식 발매된 액션 게임 중에서도 게임성이 수위를 다툴 작품이 한글버전으로 나왔다는 점은 게이머의 한 사람으로써 널리 알리고픈 부분. 특유의 게임성을 지키면서도, 과거 스킵이나 연타해 지나쳐 보냈던 글들을 찬찬히 읽어 보는 탐독의 즐거움까지 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이러한 것이 아닐런지. '드래곤즈 크라운 한글버전'은 그래서 꼭 해볼만 하다.
▲ '드래곤즈 크라운'이 한글을 입으면서 더욱 더 완벽해졌다.
15세이용가 / 평점 : 10점 (10점 만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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