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이라는 둥 말은 많지만, 그런 줄 뻔히 알면서도 허허 거리며 보거나 하게 되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 운명의 데스티니(...)와 같은 말꼬기도 여흥이라면 여흥이듯, 일본 애니메이션과 같은 캐릭터들을 컨트롤하고 그러는 것과 별개로 화면 속에 펼쳐지는 것을 보는 거만으로도 재미를 느끼자면 느낀다. 이게 명확히 드러나는 경우가 바로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에서 꾸준히 나와주고 있는 블레이블루 시리즈.

블레이블루 시리즈는 SCE 계열 게임기로 다작이 나온 형편. 그래서 은근히 팬덤 두텁다는 평가를 업계에서 받는 게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서브컬처의 정수같은 게 모인듯한 기획에 PS3 같은 Full HD 기반 플랫폼 맛 살리는 비주얼 퀄리티에 나름 개성 있는 대전격투 센스까지 담고 있으니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그냥 일본게임 답다라는 말로 정의하기에는 이미 어느 경지를 넘어선 작품이라할 수 있다.

이번에 (비록 일본어판이긴 하나) 정발된 '블레이 블루 크로노 판타즈마'는 배경을 옮겨 새로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특징을 대폭 수용한 특유의 플롯 구성이 가진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세 가지 시나리오(크로노 판타즈마, 6 영웅편, 제7기관)는 이야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그 많은 캐릭터들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장치로써 충실히 기능한다.

▲ 애니메 스타일 대전액션 게임의 왕도를 걷는 블레이블루가 연합계층도시에서 새 이야기를 이어간다.

개발사인 아크 시스템 웍스 발표에 따르면, 30시간 이상의 플레이가 가능한 스토리 모드가 제공된다고 한다. 한글화가 되지 않아 일본어로만 그걸 즐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으나, 일러스트와 비디오 등으로 어느 정도 연출 표현이 가미되기 때문에 대략의 스토리를 짐작하기에는 어렵지 않다. 단지, '검은 짐승' 시절부터 맥이 닿는 꽤 장대한 타임라인에 걸치는 시나리오 탓에 인터넷에서 어느 정도 예습은 해야 된다.

스토리 모드 강화 외에도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아마네, 바렛트, 아즈라엘, 이자요이, 카구라, 테루미(DLC), 코코노에(DLC) 등 새로운 캐릭터들의 참전이 바로 그것이다. DLC로 구매해야 되는 경우도 있긴 하나, 친숙한 캐릭터들 외에 이들을 받혀주는 주조연급도 이번에 더해지므로 추후 연작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속칭 '떡밥'이 난무하는 시놉시스 때문에라도, 이들이 품을 이야기도 기대꺼리.

스토리 모드 급은 아니지만, 노동(?)을 필요로 하는 어비스 모드도 공략 대상. 연합계층도시 이카루가 최심층부로 돌입하는 이 모드에서는 튜토리얼과 싱글플레이 등으로 실력을 다진 이들이 네트워크  플레이로 나가기 전에 점검 차원에서라도 할 만한 일이다. 파타미터와 특수능력 강화 등을 해가며 천수각 오르는 식으로 대전을 이어가기 때문에, 스토리 모드 외에 게임볼륨 확장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

▲ 한정판 아트북의 드높은 명성(...)도 그렇고, 이 게임은 유독 스토리 모드가 참 훈훈하다.

어떻게 보면 '블레이 블루 크로노 판타즈마'는 PS3 시절에 한 번 총집편 형태로 정리하는 면모가 좀 있다. PS4 플랫폼으로 바로 갈지 아니면 한 번 더 PS3를 거칠지는 제작사 의도에 따르겠지만, 일단은 그 동안 나왔던 작품들이 뿌렸던 것들을 한 번 모아서 보는 의미가 있다. 이미 애니메이션이라던가 만화 등으로 블레이블루 시리즈를 접했던 이라면 그래서 더 반가울 부분.

게임적인 측면에서야 고전적인 모드들이 그대로 이어지는 형태를 취했기 때문에, 스토리모드에서 이야기를 몰고 온 노엘 버밀리온 정도 외에는 기존 시스템을 답습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블레이블루 특유의 보는 재미는 여전하기 때문에 기존 팬이든 신규로 진입하는 팬이든 이 게임 특유의 맛을 만끽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나 싶다.

혼자 즐기는데 있어서, 역대급 볼륨을 자랑하는 '블레이 블루 크로노 판타즈마'는 그래서 더 제대로 수양을 거친 사람이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로 달려가는데 거침이 없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나 아케이드센터에서 쓰이는 카드 시스템을 본뜬 'D-CODE'를 꾸미기에 워낙 이야기꺼리가 넘치는 타이틀이다 보니, 여기에서 운명의 데스티니를 찾아 보는 것도 나름의 모험이 될 것 같다.

▲ 발매 이전에 대본이 대폭 증량되었다고 홍보되었던 터라... 이야기 양이 어지간한데 일어판(...).

12세이용가 / 평점 : 8점 (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