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는 그래도 처음부터 3부작이라 해서 그 안에서 어떻게 이야기가 굴러갈까 이래저래 궁금하고 그랬다. 그래서 '애니매트릭스'도 사 보고, 천조국 그래픽노블에도 기웃거렸고. 그런데, 파이날 판타지 13편은 좀 상황이 달랐다. 10-2편처럼 13-2편이 나온다고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고 보니, 갑작스러운 3편 이야기 돌출. 그리고 그 3편이 PS3와 13편이 운명을 함께하는 작품이라는 비장한 이야기까지.

이번 작품 제작을 총괄한 토리야마 모토무 디렉터가 방한해 밝혔듯이, '라이트닝 리턴즈 : 파이날 판타지 13(이하 라이트닝 리턴즈)'는 그냥 파이날 판타지 타이틀 중 하나로 묶기에는 여러모로 의미가 더해지는 게 많은 작품이다. 플랫폼의 끝, 넘버링의 끝, 그리고 한 세계관의 끝을 의미한다. 소녀가장 라이트닝이 집안 일 하다 나랏 일 하다, 이제는 신과 더불어 세상을 좌우하는 이야기는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개발자가 언급했듯이, 라이트닝은 억겁의 시간 속을 종횡무진하며 자신을 넘어선 이야기의 끝을 맺게 되는 운명을 지닌 여걸. 초인이 무엇인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적인 걸 넘고(13-1), 세상을 넘어(13-2), 이제는 신화를 넘어선다(13-3). 게다가 이 과정을 모두 다 완벽하게 한글로 볼 수 있다는 건 1편에서부터 모두 다 해봤던 올드 게이머에게는 그냥 감동 그 자체. 특히 라이트닝 리턴즈는 한일 동시발매.

▲ 이번 작품은 DLC가 '웨어'에 집중된다. 처음은 전국시대 무장 이미지가 주. 본 이미지는 '천하포무'

게임에 들어가 보면, 여러모로 실험적이다 싶은 느낌이 많이 든다. 일단, 비주얼 자체는 전작들보다 다소 떨어져보이는 게 사실. 텍스처 질감이 거칠다는 감이 좀 드는데, 이 부분은 필드 스케일을 보면 이해가 간다. 오픈월드를 지향하는 레벨 디자인이 접목되어 있어, 과거처럼 일방통행이 아니라 사방팔방 다 세상 일이 따로 돌아가는 걸 경험하게 된다. 'GTA V' 수준은 아니어도, 시도만으로도 놀랄 일.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는 온라인용 넘버링 외에는 적어도 전작까지는 일방통행이 일단은 기준이었다. 13편 들어와서 이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긴 했어도, 라이트닝 리턴즈 처럼 서양 게임들의 트렌드랑 궤를 맞추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았다. 어찌 보면, 파이날 판타지 마저 변하는구나 하는 그런 느낌? 하기사, 전투가 그렇게 어려워져 가는 걸 보면 변하기는 예전부터 변한듯한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더 놀라운 부분은, DLC를 통한 장사를 의도적으로 제약했다는 점. 흔한 옷장사 외에는 스스로 자체봉인을 건 작품이 이번 작품이다. 토리야마 모토무 디렉터가 '웨어' 외에 퀘스트나 미니게임으로 DLC 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면서 밝힌 바가 라이트닝이 13편의 이야기를 끝내기 위함이라 못 박았으니 그럴 것으로 보인다. 초회특전이 너무 전국시대 유명 무장들 복식이긴 한데, 볼 만한 거 나오면 살지도 모르겠다.

▲ 사운드트랙의 존재가 유독 빛나는 경우. 꽤나 사람을 감상적으로 만든다. 게다가 13분짜리 곡은...

이번 작품의 게임플레이에서 중요한 척도가 되는 건 난이도다. 1회차 플레이에 이지와 노말, 2회차부터 하드가 등장한다고 하는데... 이지 모드가 전작의 노말 이상이다. 플레이 할 때 부하가 심한 디자인이 적용된 듯. 이지모드조차 아직 완전히 끝판까지 가지 못한 상황에서 들은 소문으로는 적들 AI 외에도 추가되는 콘텐츠도 있는 모양인데, 이거 하나하나 각개격파하자면 게임 속 13일이 130일이 될 판이다 싶다.

일단 13-1편과 13-2편 엔딩부터 보고 오란 말이 환청으로 들리는 가운데, 라이트닝 리턴즈까지 적응하려면 플레이 타임이 꽤나 길어질 구조다. 달랑 본편 이야기 끝만 보는 걸로는 게임 볼륨을 전혀 누릴 수 없게 해놨으니 참으로 의도적으로 보이는 부분. '파이날 판타지 15' 나오기 전까지 PS3 플랫폼으로 한 번 어디까지 파보나 도전하게 만든듯한, 그런 느낌이다. 배틀까지 액션틱하게 만들었으니 더 그렇겠고.

사실 마모루-신지떼 타령(...)으로 워낙 유명한 스토리라인이었던 작품이라, 발매 전까지는 유튜브로 끝판 또 보는 거 아닌가 했으나... 정작 플레이 해 보니 이건 직접 플레이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작품이라는 걸 깨닫는데 그리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실제로 사이드 퀘스트들이 인 게임 드라마로 펼쳐지므로, 그냥 다 직접 해 봐야지 게임 속 베일을 하나하나 벗길 수 있는 셈. 게다가 이 게임, 완벽 한글화 작품이다.

▲ 이제 정말 PS3의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느낌이 든다. 고맙다.

15세이용가 / 평점 : 10점 (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