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에도 여전한 데스크톱 PC의 위상

최근 몇 년간 IT의 핫 키워드를 꼽는다면 가장 처음 꼽힐 것이 ‘모바일’ 일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본격적인 등장은 전통적인 PC 시장에도 큰 충격을 던졌고, 이들 새로운 디바이스는 전통적인 PC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었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들을 통해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으며, 이에 따라 모바일 플랫폼이 콘텐츠 최적화에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IT 생태계에서 PC의 위치는 굳건하고, PC도 마냥 그 자리에 머무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태블릿PC에 위협받을 것이라는 노트북 PC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여전한 생산성과 함께 태블릿 PC의 휴대성에 도전할 수 있을 수준이 되었다. 또한 데스크톱 PC는 더 작은 크기의 초소형 PC, 혹은 올인원 PC 등으로 더 작은 크기과 적은 전력소비량에서 뛰어난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자 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UHD 등의 대두도 PC에 있어서는 기회가 된다.

모바일 시대에도 PC가 가지고 있는 위치와 의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PC는 첫 등장에서부터 지금까지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으며, 이는 콘텐츠 소비에 특화된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모바일 플랫폼이 PC를 완전히 밀어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복잡해지는 컴퓨팅 환경에서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PC, 그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모바일 디바이스들은 서로간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보완적인 관계로 가고 있다.

▲ 생산성이 강조된 태블릿형 노트북 PC조차 데스크톱 PC와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콘텐츠의 ‘소비’에 있어 태블릿 등의 모바일 디바이스는 만족스러운 성능과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당장 국내외 주요 포털 사이트들만 해도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페이지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신 디바이스들로 즐기는 이들 환경은 때로는 전통적인 PC보다 더욱 깔끔하고 편리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당장 콘텐츠를 보고 듣고 즐기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들 모바일 디바이스들은 전통적인 PC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콘텐츠 소비의 요구가 조금만 복잡해지기만 해도 모바일 디바이스가 제시하는 사용자 경험으로는 사용자의 요구를 맞추기 쉽지 않다. 가령 동영상을 보면서 정보 검색을 동시에 하는 것도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쉽지 않다. 이는 모바일 환경이 일반적으로 한 번에 하나의 콘텐츠를 즐기는 것을 전제로 하며, 이런 환경이 나온 원인으로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비교적 작은 화면, 그리고 제한된 하드웨어 환경에서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UI 구성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4K UHD급 콘텐츠의 대두는 모바일 시대에도 강력한 콘텐츠 소비 플랫폼으로써의 PC를 다시금 주목받게 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UHD 콘텐츠를 다루는 데 있어 PC는 가장 강력하고 유연한 플랫폼이며, UHD 환경으로의 대응이 가장 빨랐던 플랫폼이기도 하다. 현재의 모바일 디바이스 수준에서는 UHD 영상 처리 성능을 위해 별도의 하드웨어 가속 기능 등이 필수적이지만, 데스크톱 PC에 사용되는 최신 프로세서 정도면 소프트웨어 방식으로도 이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다.

▲ 이 정도 규모의 게이밍이나 작업 환경은 여전히 데스크톱 PC에서나 얻을 수 있다.

모바일 플랫폼이나 노트북 PC 등과 비교할 때 데스크톱 PC의 '강점'은 물리적인 크기 여유에 기인한 성능과 용량 측면에서의 여유에서 오는 생산성의 차이로도 볼 수 있다. 최근의 노트북 PC에 사용하는 프로세서들은 일반적인 PC 활용에는 부족함이 없고 높은 효율을 가지고 있지만, 절대적인 성능 측면에서는 데스크톱 PC와 분명한 격차가 존재한다. 또한 휴대성을 중시해 시스템에 소수의 소형 디스크 정도만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노트북 PC 대비, 데스크톱 PC는 대용량 디스크 구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옵션도 훨씬 다양하다.

실제 '작업 환경'을 구성하는 경우, 이동 가능성 측면을 제외한다면 데스크톱 PC는 노트북 PC보다 더욱 유연한 작업 환경을 구성할 수도 있다. 작업 편의성을 위해 대형 모니터나 멀티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등을 별도로 사용하는 경우 노트북 PC의 배치가 일반적인 데스크톱 PC보다도 더욱 번거로워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많은 노트북 PC가 연결할 수 있는 외부 모니터의 수에도 제약이 있으며, 작업의 편의를 위해 별도로 키보드, 마우스를 사용하는 경우 노트북 PC의 특징은 거의 활용하지 못하게 되어 버리기도 한다.

데스크톱 PC의 또 다른 장점은 '비용 대비 성능' 도 있는데, 같은 비용이라면 데스크톱 PC는 노트북 PC와 비교해 월등한 성능을 낼 수 있다. 덕분에 고성능의 게이밍, 워크스테이션 급 노트북 PC 한 대보다는 고사양의 데스크톱 PC 한 대와 가벼운 노트북 PC 한 대를 함께 갖추는 것이 여러 모로 좋은 선택일 때도 있다. 특히 대형 모니터와 별도의 입력 장치를 갖추는 등의 조건이라면 더욱 데스크톱 PC와의 '공존'이 유리하며, 아예 콘텐츠 소비에 특화된 모바일 디바이스라면 PC와 함께 구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 데스크톱 PC의 가능성도 바뀌고 있고, 폼팩터만으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모바일 시대의 대두는 전통적인 데스크톱 PC의 위기로 보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데스크톱 PC의 존재 의미를 더욱 분명히 보여 주는 기회도 되고 있으며 이는 데스크톱 PC 시장의 유지로도 나타나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 중요함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콘텐츠' 도 결국 대부분 데스크톱 PC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콘텐츠에 요구되는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점점 무겁고 복잡해지는 제작 과정은 더욱 높은 성능을 요구하게 되고, 콘텐츠 제작 도구로의 데스크톱 PC의 위상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성능의 모바일 디바이스, 고화소의 고성능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등이 보편화되면서, 이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콘텐츠들을 가공하고 저장하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로써도 데스크톱 PC는 여전히 선호되고 있다. 2천만 화소를 훌쩍 넘는 사진이나, UHD급 동영상을 제대로 편집하고 저장하기 위한 성능과 용량 요구는 데스크톱 PC 정도만이 제대로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스크톱 PC는 새로운 디바이스들에 밀려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여타 디바이스들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한편 데스크톱 PC도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데스크톱 PC도 좀 더 맵시있고, 단순하고 쓰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가고 있으며, TV나 오디오 등의 가전제품들과도 쉽게 연결할 수 있는 표준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하게 되었다. 이제 데스크톱 PC는 책상 위가 아닌, 거실의 중심에 자리잡아도 어색하지 않은 존재가 되었으며, 예전보다 더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모바일 시대를 유지하고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 가기 위해 공존해야 할,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존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