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64 시절에 나와서 Wii 콘솔에서 만개한 타이틀로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 시리즈를 많이들 손 꼽는다. 닌텐도 게임 애호가라면 꿈에서나 볼법한 캐릭터들이 난쟁이 펼쳐지는 이 게임은, '드림매치'라고 불리는 캐릭터 총출동 류 게임에 대한 관심을 메이저로 끌어 올리면서 다른 제작사에서도 콜라보레이션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한 공헌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컨셉으로, 지난 2012년 10월 닌텐도 3DS용으로 나온 '프로젝트 크로스 존'은 일본 유명 게임 제작사 간에서 콜라보레이션이 추진되어서, 앞서 선보였던 '남코 X 캡콤', '크로스 엣지', '무한의 프론티어' 등을 통폐합한 타이틀로 게임 플레이어들의 눈길을 집중시켰던 바 있었다. 단지, 한국에는 한글판 패키지가 정식 발매된 것이 아니라 DL 형태로 들어온 탓에 그렇게 대중성을 쌓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프랜차이즈 첫 작품이라, 출연한 캐릭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각 캐릭터 팬덤에게서 좋은 소리 듣기는 어려웠던 법.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처럼 첫 작품은 지적재산권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에서 제작사들이 자사 IP(Intellectual Property)를 집대성하는 좋은 시도 정도로 그 의미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교훈이 모여 만들어진 2편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게임 타이틀로 거듭났다.

▲ 일종의 팬디스크로도 구분지어 볼 수 있을 정도로 액션만 있는 게 아니다.

'프로젝트 크로스 존 2 : 멋진 신세계'는 캡콤, 세가 게임즈, 세가 인터랙티브,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등 4개 사가 각각 보유한 유명 게임과 캐릭터들의 내용들이 퓨전된 게임이다. 여기에 닌텐도까지 두 작품 캐릭터들을 투입해 그야말로 일본 게임업계의 당대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타이틀 표지에만 30개 작품이 명기되어 있는 수준이어서, 게임에 들어가 보면 정말 정신 없을 수준으로 캐릭터들이 가득 차 있다.

본래 이런 작품들은 콘솔로 나오는 게 더 반가울 일이겠지만, 다행스럽게도 포터블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의 사례만 보더라도 IP가 많아지면 타이틀 고유의 게임성과 캐릭터 고유의 개성이 서로 독자적인 존재라는 걸 새삼 알게 되는 일이 많다. 이런 부분에서 과거 SD 시절 퀄리티인 닌텐도 3DS가 역설적으로 더 나아 보이게 되는 측면이 엿보인다.

아무래도 참전한 게임 타이틀들이 스타트가 카트리지 또는 CD 시절에 시작된 시리즈들이어서, Full HD 급으로 게임을 만들자면 원천 소스부터 다 새로 만들어야 되는 그런 사태가 불가피하다. 어찌 보면, 3DS의 비교적 낮은 사양과 SD 수준인 게임 환경이 그 시절 IP들을 되살려내는데 개발기간 측면에서 큰 기여를 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옛날 센스로 2편에서 게임성도 보강하여서 여러모로 잘 만들어졌다.

▲ 대난투를 2D 도트 게임으로 즐긴다는 기분. 그런데 캐릭터가 훨씬 더 많고 다이내믹하다.

반다이남코 측을 통해 한국에서는 한글판 패키지가 정식 발매되었다. 일본어 보컬과 더빙을 모두 살리면서, 한글 자막이 추가된 형태. 때문에, 게임에서 컷 씬이나 강제진행으로 나오는 스토리텔링을 모두 독해하기에 부담이 없다. 아무래도 타이틀 화면에서 게임 로고가 작게 나올 정도로 권리사 리스트만 하나 가득 나오는 게임이라, 이런 요소들을 한데 묶는게 게임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한글 자막이 기능한다.

게임에서는 아무래도 개별 팬 입장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타이틀과 캐릭터가 이야기를 주도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당연히 사공이 많아 산으로 가는 게 필연인 구조다. 그래서 레이지와 샤오무 파티가 이야기를 이끈다. 게임 장르야 공개된 스크린샷으로 보면 액션 같겠지만, 실제 이야기 흐름은 시뮬레이션 RPG 장르의 작법을 따른다.

게임의 진행은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를 연상하는 게 적절할 것 같은데, 그래서 꽤 머리 쓰게 만든다. 액션 파트로 들어가서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포섭해 가면서 그 나름대로의 미학을 전개하는 것도 큰 재미겠지만,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그 부분이 너무 앞서서 게임 자체를 잡아먹지 않도록 꽤 밸런스 있게 게임 레벨이 디자인되어 있다. 능히, 올 겨울을 나기에 충분한 닌텐도 3DS 타이틀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 캡콤 X 반다이남코 X 세가, 그리고 닌텐도. 진정한 드림매치란 게 뭔지를 보여준다.

전체이용가 / 평점 : 9점 (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