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브레이커 3 (PS4)

학창시절에 카드든 프라모델이든 모터 내장 유닛이든, 장난감으로 유희활동 안 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특히 '게임이 취미다'라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치고, 갖고 노는 걸로 잡기에 능했던 사람이라면 추억의 한 켠에서 꺼내볼 만한 기억들이 여럿 될 것이다. 특히, 메카닉 하면 '건담'이 생각나는 사람들 많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건담'은 일본 못지 않게 팬덤이 두터운 편이다. 기본적으로 '로봇'에 로망이 생기기 좋은 환경도 있겠고, 인터넷과 케이블 TV 등을 통해 소비되는 건담 관련 영상들이 한 둘이 아닌 때문이다. 때문에, 유년기부터 건담 시리즈에 익숙한 사람들끼리 정사냐 야사냐 하며 좋아하는 작품 갖고 설왕설래 하는 일이 여전히 곳곳에서 목격되는 형편이다.

이처럼 친근한 소재인 '건담'은 이미 다양한 미디어 믹스로 갖고 즐길 꺼리가 다년 간에 걸쳐서 많이 나왔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가 애니메이션인데, 이는 원저작권사인 썬라이즈에 의해 주기적으로 새로운 작품이 발표되는 데뷔 무대가 된 탓이 크다. 게임도 캐릭터 게임으로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본따는 선이다가, '건담 브레이커' 시리즈가 정착되면서 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틀로 자리잡았다.

▲ 정사든 야사든 애니메이션 스토리와는 별 상관 없는, 지금 우리들 건담 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담 브레이커 시리즈는 특별히 새롭게 유저층을 개척하자고 나온 게임으로는 보기 어렵다. 정말 건담 팬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잡아야 빛을 발하는 게임. 특히 최근 발매된 3편은 한글자막 버전으로 정식 발매되어서, 국내 건담 팬들에게 정말 경사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작품으로 등극했다.

PS4 버전과 PS Vita 버전이 함께 나오긴 했는데, PS4 쪽이 그래픽이나 최적화 등에서 많이 우월하다 보니 그 탓인지 크로스 플레이는 안되는 형편이다. 그렇긴 해도, PS4 버전쪽으로 플레이하기 시작한다면, 지금까지 나온 건담 게임 중에서 가장 우수한 건담 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단 하나 고의적으로 빠진 부분이 있다면, 스토리가 건담 스토리라인과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여느 팬보이 물들과 비슷하게, 게임 속 세계 자체가 건담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게임 속 건담 커스터마이즈를 겨룬다는 전제에서 굴러가기 때문에 특별히 도드라지는 게 있을 수 없는 설정. 특별히 시나리오나 캐릭터를 즐길 꺼리는 없지만, 대신 건담이 있다. 리얼과 SD 양쪽 다. 사실 이 정도면 다 아닌가 싶다.

▲ SD건담은 단순한 미관을 꾸미는 걸 넘어서, 버프와 서포트 등에 기여한다.

게임 시스템은 현실 세계 속의 '레고' 갖고 노는 것과 비슷하다. 하염없이 싸우면서, 마음에 드는 파츠랑 랭크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다. 반다이 프라모델을 취미로 한다면 익숙한 HG, MG, PG 등등의 개념에 익숙하다면, 여기에서 분기되는 것이 얼마나 무궁무진할 지 상상만해도 짜릿할 노릇이다. 물론, 대시 반복플레이나 보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건 불가피. 긍정적으로 본다면 볼륨이 참 크달까?

게다가 도색이나 스크래치 표현이 시리즈 최고 수준인 관계로, 그런 것으로 러프하게 자신만의 건담을 만드는 것도 재미꺼리다. 프라모델 취미가 주는 즐거움이 3분의 1은 조립, 3분의 1은 도색, 3분의 1은 취향 및 기타 등등의 식으로 풀어내지곤 하는데, '도색'이 점하는 지분이 적은 게 아니라서 이 부분 표현이 1편과 2편 때 꽤 나온 바 있다. 3편은 그간의 피드백을 모아 팬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을 달성했다.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오리지날리티나 시놉시스가 평소에는 크게 작용하는 편인데, '건담 브레이커 3'에서 만큼은 그런 기준을 버려야 함이 옳아 보인다. 이 게임은 '창조파괴공투'라는 단어에서 이미 그 성격이 정의도니 것이기도 하고, 건담 팬끼리 스토리 갖고 싸우지 말자는 일종의 비무장지대와 같은 게임이어서다. 연도니 주인공이니 하는 거 다 잊고, 오직 건담 하나만 보고 가자면 이 게임이다.

▲ 한국의 건담 매니아들을 위한 일종의 선물세트.

12세이용가 / 평점 : 9점(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