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도로들이야 시골 골목길조차 아스팔트 아니면 시멘트로 다 포장이 되어 있어서 맨 땅은 사람 발로도 밟기가 쉽지 않다. 도심 공원도 "잔디 보호" 표지판 무시하고 들어가야 그제서야 흙을 밟을 지경. 나이가 어리다면 놀이터 모래판이라도 갈 수 있겠지만, 요즘 보면 그런데도 재활용 고무판으로 땅 안 보이게 만드는 게 심심찮다.

자동차 타이어가 맨땅 밟기도 대강 비슷하다. 재미있는 부분은, 도로에서 맨땅을 만나기 보다 주차장에서나 맨땅 밟는 그런 게 더 많은 게 현실이라는 점 정도. 비포장도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소방/임업/군사 등의 특수목적 도로가 아니라면 공사 아니면 지자체에서 흙 보이는 걸 용납하지 않는 형편이다. 그래서, 더. 맨땅 위를 달리는 랠리 게임이 언제부터인가 상당히 생소하게 느껴지곤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최근 코드마스터즈社에서 선보인 더트 랠리(Dirt Rally)가 비포장 도로의 로망을 플레이스테이션 4 콘솔에서 만끽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PC 게임으로 유명세를 떨쳐 온 더트 시리즈의 최신작이면서, 가장 최첨단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대별로 유명한 랠리 대회들을 두루 돌면서 그 시대 차량과 코스를 두루 경험하도록 해준다.

▲ 써킷 레이싱 게임보다 굉장히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조작 자체가 게임 답다.

랠리(Rally)는 차량이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기록도 기록이지만 안 퍼지고 끝까지 완주하느냐가 꽤나 중요한 레이싱 분야다. 워낙 거친 환경에서 제로의 영역으로 운전해야 되다 보니, 이건 경기 영상과 다큐멘터리 영상이 둘 다 스릴 넘치기 마찬가지인 기묘한 성격을 지닌다. 그래서 예전 랠리 게임들은 자동차 파손과 이에 따른 주행성능 저하가 꽤나 어필하는 포인트였고, 그 바람에 물리엔진 혁신 수혜를 톡톡히 봤다.

'더트 랠리'는 이미 꽤 장르적으로 교통정리가 된 랠리라는 분야를 PS4 플랫폼 위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해 낸 게임이라고 칭찬할 수 있겠다. 사실 이미 PC에서 정점을 찍은 거여서, 콘솔에서 얼마나 그 멋드러진 비주얼과 주행감을 살리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이 부분에서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를 보여주는 것이 '더트 랠리'다.

당연히 기록과 온라인 리그를 염두에 둔다면 갈 길 멀긴 해도, 모드나 주행에 있어서 유저를 굉장히 배려하는 측면이 강하다. 운전에 동원되는 여러 스킬들이 기어부터 시프트까지 여러 단계를 지원하기 때문에, 초심자가 붙기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인 레이싱 게임으로 진입하기 상당히 쉽게 만들어 놨다. 물론, 기록 도전은 매뉴얼 조작으로 도를 터야 되겠지만, 오토 설정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도록 한 배려가 참 좋다.

▲ 한국에서도 소방도로나 군사도로 가면 볼 수 있는 한데. 그래도 게임이 훨씬 안전하달까.

무슨 실차 내구성 테스트도 아닌, 그냥 디지털 세계 속에서 달리는 게임을 커뮤니티 통해 8000만 마일 이상 주행기록을 축적했다는 게 뜬금없이 보일 수 있어도, 그렇게 했기 때문에 주행이 운전해본 사람들 모두가 납득할 운동성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조작감은 레이싱 시뮬레이터보다는 아케이드 비슷한 감이 있지만, 코스가 워낙 괴이해서 게임을 하며 즐기는 카타르시스 극대화에 재미요소가 쏠려 있다.

여느 레이싱 게임, 특히 써킷에서라면 리어 뷰를 주로 하는 것이 승패에서 유리하지만, '더트 랠리'는 드라이버 뷰가 되려 게임의 진가를 톡톡히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코스가 심히 괴이한데, 스티어링 반응이 즉각적이어서 버드뷰 같은 걸로 보면 그 옛날 미드타운 매드니스와 무슨 차이인가 싶어진다. 그런데 시야를 좁히면 좁힐수록 재미와 스릴이 극대화되는 게 일반적이다.

초기에 그냥 주어진대로 코스와 차량을 독파하는 걸 지나간다면, 매뉴얼 모드로 슬슬 넘어가 보자. 튜닝물 버금갈 정도로 손 갈 부분이 많고, 그런 설정 하나하나가 실제 주행에 즉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냥 깔끔하게 코스 한 바퀴 돌기에도 편하고, 차 설정값으로 난이도를 플레이어 스스로 만들어 나아가는(?) 것도 능히 가능하다. 랠리가 가진 무궁한 (사건사고) 가능성을, 게임에서 참 살갑게도 풀어냈다.

▲ 이 게임에서 굳이 단점 하나를 고른다면 한국어 버전이 아니라는 점 정도. 랠리 게임의 왕이다.

전체이용가 / 평점 : 9점(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