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 4'에서, 뒤의 숫자가 세대를 의미한다. 4세대 플스. 당연히, 앞에 대략 7년여 가량씩 세대를 달리하며 콘솔 시장의 맹주로 굴림했던 세대들이 있었다. 든든한 물적 기반 위에서 피어난 콘텐츠 꽃들은 화려하기 그지없었고, 올드 게이머들이 끝없이 추억하는 여러 이야기꺼리들을 양산했던 황금기가 예나 지금이나 꾸준하다.

이 플레이스테이션 세계에서 '플랫포머' 장르 액션 게임을 표방하며 나온 게임들이 여럿 있었는데, PS와 PS2 시절 유명작들은 대개 PS3 오면서 리마스터드 버전 형태로 재출시되는 유행이 있었다. 특별히 레벨 디자인을 다시하는 그런 공을 들인 건 아니었고, 대개 해상도 올리고 버그 잡은 정도로 나와서 추억이나 되새기게 해주는 용도로 그 역할을 한정짓고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라쳇 & 클랭크'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 게임은 PS4 전용으로 리메이크된 게임이다. 당연히 그냥 해상도나 올리고 레벨 디자인 등등 그대로 승계된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익숙한 캐릭터가 나오는 새로운 게임이 되겠다. 이렇게 된 계기라면, 아무래도 올해 같은 IP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이 개봉되는 덕분. 신작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로, 그 옛날의 캐릭터들이 다시금 게임에 출연하게 된 셈이다.

▲ 리마스터가 아니다. 리메이크다. 알던 얼굴들이 다들 성형 버프 제대로 받고 나온다.

캐릭터들은 이번 리메이크 버전으로 오면서 훨씬 더 잘생겨졌다. 또한 여러모로 스타일리쉬해진 캐릭터들이 펼치는 모험담은 당연히 PS2 시절보다 훨씬 진일보된 PS4 플랫폼에서 그만큼 더 큰 스케일로 확장되었다. 과거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된 게임을 친숙한 캐릭터로 즐길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겠다. 캐릭터들과 그런 캐릭터들을 엮어주는 이야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매우 색다른 기분을 주는 것은, 리메이크되면서 한국어 버전으로 애당초 완벽하게 셋팅되어 출시된 덕분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삼은 관계로 백그라운드가 장황한 측면도 없지 않은데, 이게 다 한국어로 읽을 수 있기에 이 나름의 이야기꺼리들을 하나도 놓칠 수 없다.

귀여운 캐릭터와 호쾌한 무기 시스템들, 그리고 플랫포머 액션이라는 장르적 특성 등등에 의해서 캐주얼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라쳇 & 클랭크'는 기본적으로 성인 지향의 에피소들을 담고 있다. 때문에 읽을 꺼리를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는 게 상당히 재미 측면에서 관건. 다행히 한국어 버전이 기본으로 발매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었다. 당연히, 다 이해해가며 즐기는 게임은 더 즐겁다.

▲ CG 샷 뿐만 아니라, 게임 속 오브젝트들도 훨씬 풍부해졌다.

게임플레이는 PS2 시절 원작에 대비해 본다면 정말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원작 영상을 찾아 보면 알겠지만, 폴리곤 튀던 그런 그래픽이 CG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게임으로 옮겨낸 모습을 확인해볼 수 있다. 게다가 난전이 일상적인 게임 특성 상, 나오는 적들과 오브젝트들을 부시며 전진할 때의 시각적 쾌감이 요즘 나온 여느 게임들보다도 우수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여러 방식으로 패러디되어서 더 유명한 '공구전사'라는 컨셉을 살릴 때에도 과거와는 비교도 안되는 '멋'을 담은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다. 요즘 나온 게임들에 비견해 본다면 무기의 배리에이션이 넓게 느껴지는 편인데, 이게 광원 등 비주얼 연출에 공이 들어간 덕분이라는 걸 알아채는 건 금방이다. 듀얼쇼크 4로 즐기다 보면, 찰진 손맛으로 액션 게임을 즐기는 게 금방이다.

단순히 보면, 애니메이션 개봉한 김에 어차피 나올 영화 원작 게임이 나온 것으로도 볼 수 있긴 하다. 그러나 게임 오브 더 이어(GOTY)까지 휩쓸어 본 검증된 게임성을 지닌 타이틀이기에 영화 개봉 기념으로 나오는 여느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디테일함을 갖췄다. 역사로써 쌓아온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한 쌍을 이뤄 나왔음에도 퀄리티 걱정 없이 정말 잘 나온 명작을 다시할 수 있게 되었다.

▲ PS4 수준에 걸맞는 PS4 전용 플랫포머 게임이 제대로 나왔다.

12세이용가 / 평점 : 9점(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