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마라톤이자 올해 뉴욕마라톤 완주 후기입니다.10

 안녕하세요, 종전에 러너90으로 종종 글 올렸던 러너입니다.

 지난 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시티마라톤을 다녀왔는데, 3주가 지난 지금에서야 후기를 올리게 됐네요. 사실 귀국하고서 밀린 업무와 생활에 바빠 귀찮음에 미루고 있다가 지난 금요일에 방송된 나혼자산다의 러닝84 편을 보고서 부랴부랴 뒤늦게 남기게 됐습니다.

 오늘은 러닝 포럼에 맞게 주로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남기고자 합니다. 사실 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풀코스에 대해 크게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뽐뿌가 와서 뉴욕마라톤을 덜컥 신청 해버렸습니다. 지난 6개월동안 훈련하면서 기록이 점점 나아져서 싱글을 목표로 잡고 나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시간 17분 33초로 싱글에는 실패했습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나갔던 공주 백제 마라톤 32km에서 페이스 440으로 완주했어서 아마도 싱글과 서브3 사이가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실전은 다르더라구요.

 실패 원인 분석을 해보자면, 먼저 접수 당시 제출했던 목표기록이 4:00:00 이었기에 그룹배정도 SUB-4에 맞게 배정을 받아 초반에 병목을 뚫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마도 기안84도 저처럼 초반 병목을 뚫기 위해, 그리고 그로 인해 늦어진 페이스를 맞추기 위해 오버페이스를 해서 후반에 지친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둘째로는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제 경우는 10시 20분 출발이었어서 현장에서 거의 4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버릴 옷들을 챙겨가서 그나마 덜 추웠지만 그래도 에너지 소모가 제법되더라구요.

 끝으로는 후반부에 미쳤다 싶을 만한 언덕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대회 직전 주말에 춘천마라톤 10K에서 38분 후반을 기록해서 나름 업힐에 강하다고 생각했음에도 마라톤은 확실히 10k와 다르더군요. 후반부에 저 역시도 위경련과 손발저림 등으로 속도를 내고 싶어도 몸이 받쳐주지 않아서 그럴수가 없었습니다.

 주로에서 기억남는 점은 출발선상에 있는 베라자노 버로우 대교 옆으로 펼쳐진 해협이 정말이지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브루클린에서의 밴드들의 공연과 퀸스에서는 가로수에 덮힌 도로 풍경, 그루브를 맘껏 즐기는 흑인 여성의 춤사위, 팔 벌려 하이파이브를 해달라고 줄지은 아이들, 팻말을 들고 참가한 친구를 기다리며 소리치며 응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태극기 펼쳐놓고 제 이름을 불러주는 한국 분들까지 모두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완주자 5.5만 명, 자원봉사자 1만 명, 응원 인파만 200만 명이 참여한 뉴욕마라톤은 정말로 뛰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안이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꿈 속을 뛰는 묘한 기분, 정말 주로에서 딱 그 생각이 들어서 신기했습니다.

 살아 생전에 맨하튼 복판에서 이런 풍경을 보면서 그리고 이런 응원을 받으며 달릴 수 있다니 경비만 최소 400만원 이상을 지출했지만, 그 값어치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혹여나 제 주변 누군가가 고민한다면 저는 무조건 추천할 것 같아요. 비록 우리나라 포토스포츠에 비하면 장당 가격은 비쌌지만 멋진 인생 사진도 얻었고, 제 이름과 기록이 실린 뉴욕타임즈 사본도 생겼고, 그리고 완주 메달도 정말 이쁘더라구요. 

 대회가 끝난 다음날 목에 메달을 걸고 맨하튼을 거닐었더니 정말 지나가는 사람마다 Congrats을 외쳐주는 문화가 신기하면서도 좋았어요. 거리에서 완주자들을 마주칠 때마다 눈웃음을 짓는 그런 모습도 색달랐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가끔 뉴욕마라톤 같은 큰 국제 대회가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면 '닭이냐 달걀이냐'처럼, 비싼 참가비가 먼저냐 아니면 이렇게 확실히 챙겨주는 대회 서비스가 먼저냐.. 그런생각이 들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얼마전 7개로 늘어난 세계 7대 마라톤을 모두 완주하고 싶은 소망이 생겼습니다. 더불어 서브3도 하고 싶구요. 시간별로 세세하게 보고 느낀 바가 많았던 뉴욕마라톤이었지만, 이미 글이 이렇게 길어져서 이만 줄이고자 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올 한해 러닝도, 일상도 마무리 잘하시고 혹시라도 궁금한 점은 댓글 남겨주시면 답글로 알려드릴게요! 

참, 혹시 후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아래는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있지만 저의 달리는 사진과 솔직한 후기를 올린 글입니다. 

https://run.finelse.com/m/43

그리고 혹시 인스타 @runner_hey로 팔로우 보내주시면 저도 맞팔하겠습니다! 그간에 대회 기록 올려둔 계정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