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시즌 스키 입문기6

휴대폰사기힘들다
등록일 2017-02-1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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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니 아침에 잠이 깨도 뭐 할게 없네요. 심심한데 스키 입문자의 한시즌 결산?을 해볼까 합니다. 내년 입문하시는 조금이라도 분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도 듭니다

집이 서울이고 직장은 원주라 주중 야근날 오전이나 비번날 오후에 시간이 좀 있던 차에 정말 우연히 올해 스키를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첫날 혼자 가서 스키 렌탈하고 부츠 바닥에 묻은 눈 때문에 스키 체결이 안돼 20분동안 쩔쩔매기도 했었네요ㅋ 시작이 반이라고 멋모르고 들이댄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 한 거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생초보시절은 있는 것!

총 17번 갔다왔습니다. 한 번 가면 3,4시간씩 쉬지 않고 탔는데 기본적인 자세가 안나오는 초기에는 몸에 걸리는 부하가 커서 운동이 제대로 되더군요. 몸에 약간 무리도 왔었습니다. 다행히 즐거움이 커서 그 고비를 잘 넘겼는데, 평소 하체운동 별로 안한 사람은 이 고비 넘기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키는 완전한 하체운동이더군요.

스키장은 오크밸리입니다. 원주 부근에는 휘닉스나 웰리힐리도 있지만 제일 가깝고 셔틀버스도 많아 오크만 다녔습니다. 시설적인 면에서 아쉬운 면이 없지 않으나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장점이 제일 컸습니다. 개인적으로 시설 다 떠나서 저녁 먹고 가서 3시간 스키타고 올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시즌권도 정말 저렴하고요. 내년 시즌권도 벌써 끊었습니다ㅎ

스키는 렌탈했습니다. 렌탈삽은 여러군데 다니다 저한데 맞는 곳이 있어 쭉 한곳만 갔는데 이렇게 단골 잡으면서 스키나 폴대도 같은 걸로 계속 빌리니 좋았습니다. 대여섯번 탈 때 쯤부터 자기 스키로 타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 상대적으로 렌탈스키의 초라함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자세가 잡혀가면서는, 못타는 이유는 렌탈스키의 질 때문이 아니라 내 자세 때문이었구나라고 느꼈네요. 렌탈스키로도 중급사면 정도에서는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물론 자세가 올바르다는 전제에서 말이죠.

고글과 헬멧은 저렴한 걸로 사서 썼습니다. 스키 처움 배울 때는 은근히 땀이 많이 납니다. 땀에 쩔은 안전장비는 사용하기 싫더군요. 고글은 오케이몰에서 스미스IOX 8만원 정도에 구입했는데 주야 렌즈 하나씩이고 안경 쓰고도 착용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헬멧은 인터넷 잡표 3만원짜리 사서 썼는데 아쉽지만 잘 사용했습니다. 다른 스키어와의 충돌로 뒤로 심하게 넘어져서 며칠동안 목이 잘 안돌아간 적이 있는데 그때 헬멧이 절 살렸습니다. 생각보다 스키장 바닥이 단단합니다. 헬멧과 고글은 일종의 보험이라고 생각되네요.

자켓은 고어텍스 등산복에, 바지는 저렴한 걸로 사서 입었습니다. 자켓은 등산자켓도 충분한거 같습니다. 발수제가 있어서 코팅 작업 해주고 탔습니다. 다만 바지는 저렴한 거 사서 입었는데 본전 뽑았네요

저는 계속해서 혼자 다닐 수밖에 없었는데, 장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은 스키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리프트 타고 올라갈 때마다 내가 뭐가 부족한지, 뭐를 다시 해볼지 그리고 슬로프 내려보면서 못 타는 사람이 왜 못타는지, 잘 타는 사람의 자세는 뭐가 다른지 항상 스키 생각만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올바른 자세를 안다는 것과 내가 그 자세대로 탄다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시즌 막판에 알게 되어서 혼자 타는 스키의 단점을 확 느켰네요. 내년 시즌부터는 같이 탈 사람을 직장에서 구해볼까 합니다

일거일득. 이라고 한 번 스키장 갈 때마다 한가지씩 깨닫고 실력이 느는 것이 즐거워서 계속 다녔던거 같습니다. 16번째 간 날, 중급에 꼬맹이들이 왜이렇게 많은지, 떠밀려서 상급에 가서 탔는데 그 경사와 스피드에 온전히 몸을 던지시는 못했지만 넘을 수 없는 벽 같았던 상급에서 겁 먹지 않고 탈 수 있다는게 얼마나 뿌듯하던지...그리고 17번째 가서 카빙 롱턴 연습을 해 봤는데, 오~~ 이거 정말 신세계더군요. 눈이 아니라 얼음 위에서 타는 느낌이랄까?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간절히 기다려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