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반대는 을이 병의 머리채를 흔들어 대는 꼴입니다31

1. 최저임금 = 소비상승?

흔히들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비심리가 개선되어서 자영업이 활기를 띌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 전제부터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1)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입니다. 월급 기준으로 157만원 가량입니다. 이게 작년에 비해 16.4%오른 수치인데, 작년 6,470원 (월급 기준 135만원), 즉 135만원 벌던 사람이 이제 157만원을 번다는 겁니다. 여러분이 이 노동자라면 꼴랑 22만원 더 버는데 뭘 얼마나 더 소비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그 반대로 135만원때 정말 인간으로써 필요한 것들을 못 사고 살았다면 이제야 뭔가 좀 더 필요한 것을 사는 수준에 그칠 겁니다. 또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저축을 늘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여기에 또 함정이 있습니다. 이 노동자는 정말 157만원을 다 받을까요? 수습 등 각종 명목으로 이 알바생은 아마 157만원을 다 받지 못 할 겁니다. 얼마전 알바몬 광고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굉장히 많은 업장에서 각종 이유로 최저임금을 어기고 그보다 더 낮은 임금을 지불합니다. 30분 먼저와서 준비하는 노동에 대한 가치, 30분 늦게 퇴근하는 노동에 가치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1개월에 해고를 하고 12개월 째 다른 사람을 쓰는 경우도 정말 흔하게 발생하고, 임금 체불, 미지급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결국 이 사람의 실 소득은 157만원이 되지 않는다고 봐야합니다. 2017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100만원을 간신히 벌었다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이 사람들에게 '너가 노동을 더 잘하면 시급을 더 줬겠지' 라고 말하는 건 거의 폭력에 가깝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최저임금은 소비상승을 위한 장치가 아닙니다. 거의 사회적 복지 수준으로 '이 돈은 벌어야 한국 사회에서 죽지 않고 산다'라는 수준에 가까우며, 최저임금은 많은 경우 최고임금과 동일한 의미로 쓰입니다. 정부든 기업이든 노동자든 자영업자 사장님이든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비가 상승할 거다'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입니다. 상승하긴 하겠죠. 하지만 외식/쇼핑으로 상승하는 것보다 생필품 혹은 밀린 월세 혹은 빚을 갚는데 그 돈이 들어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뒤에 어떤 분이 최저임금 올린다고 중산층이 혜택보냐고 하시던데 맞습니다...300만원 벌던 사람이 최저임금 올랐다고 400만원 벌진 않죠. 해당 사항 없습니다... 식당에서 알바하시는 이모님들 한 번 보세요. 그 분들 태반이 중산층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2)

이 표는 전 세계 자영업자 비중을 보여줍니다. 콜롬비아, 그리스, 브라질, 터키, 멕시코가 유일하게 한국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데, 이 중에서 한국과 비견할 만한 경제 수준은 그나마 그리스 인데 그리스는 이미 국가부도 급의 사태를 맞았죠.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 25.5%, 일본의 2.5배, 미국의 4배를 상회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경제의 수요공급 법칙에 따르면 한국은 '자영업 과잉 상태입니다.' 길가에 있는 노동자 4명 중 1명은 사장님이란 이야기입니다.

얼마전 백종원씨가 출연한 골목식당 프로그램만 봐도 한국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혹은 그냥 프렌차이츠 잘된다니까 몇 달 배워서 내는 사람,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편의점을 100m 간격으로 내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당연히 자영업자가 망하는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이 한국 땅에서 이 정도 비중의 자영업자가 모두 성공한다면 그거야 말로 기적이고 파라다이스입니다. 최저임금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냥 공급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최저임금이고 뭐고 어차피 어려워 질 사람이 대부분이란 이야기입니다.

2. 왜 이렇게 자영업을 하는가?

그렇다면 한국은 왜 이렇게 극한 조건에서도 자영업을 고집하는가? 직장 다녀본 분들은 다 압니다. 어떤 회사에 소속되어 노동자로 살기엔 삶이 너무 팍팍하거든요. 조금만 나이들어도 취직이 안되고, 40 넘으면 명퇴 압박이 시작되고, 중소기업은 월급 동결이 일상이고.....전문직이 아닌 이상 한국은 일반 노동자의 지옥입니다. 그러니 너도나도 이럴바에 내 사업하지, 하며 자영업에 뛰어듭니다.

재벌 위주로 성장한 한국사회에서 기업 노동자의 노동의 가치는 다 회사로 들어갑니다. 아무리 수익을 내도 한진그룹의 모 회장같은 분들이 잘 살지 직원들이 호위호식할 수 없는 사회입니다. 요즘 많이 개선이 되었다곤 하나..한국은 직장 다녀서 살기 팍팍하죠.

3. 결국 직장인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 이상....

최저임금을 반대하는 점주가 무조건 잘못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 분들에게는 당장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게 최저임금이 맞고, 자선단체도 아니고 오너 입장에서 비용 상승은 반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알바생 입장에서도 최저임금은 생존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주제인 것도 맞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 자영업자의 절대적인 수가 줄어야 문제가 좀 해결될텐데....그게 쉽지 않죠. 오랜 시간이 걸릴 문제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최저임금 상승은 유지하되, 자영업자에게 비용으로 작용하는 다른 부분에 대한 개선이 동시에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 대표적인 부분이 프렌차이즈라면 본사와의 수익구조겠조, 비프렌차이즈라면 임대료나 기타 원재료 가격이겠네요...최근 편의점 사태만 보더라도 사실 최저임금이 문제가 아니라 100m 마다 수두룩하게 들어선 현 상황이 더 문제라고 보고요.....안 그래도 최저 수준의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줄 돈을 더 줄여가며 가게의 수명을 늘린다...글쎄요...경제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최저임금 상승 반대는 을이 병에게 따질 수 있는 부분이고, 그 외의 모든 요소는 정부나 본사 등 갑에게 따져야 할 부분이라 대하는 태도의 온도차가 상당합니다. 최저임금 반대를 위해 문을 닫는 점주는 있어도 프렌차이즈 수익구조, 5년 이내 폐점시 패널티 지불에 대한 부당함을 따지기 위해 문을 단체로 닫았다는 이야기는 듣기 힘들죠....두 문제를 동시에 강하게 주장해야 하는데 어째 앞에 문제만 항상 강조하는 기분이 드는건 제 착각일까요. 25%가 사장님 소리 듣는 사회에서 최저임금은 동조를 끌어모으기 참 좋은 요소고, 쉽게 마진을 올릴 수 있는 장치인 건 당연하겠죠. 하지만 결국 이렇게 임금 동결이 지속되다간 더 많은 사람이 자영업을 선택할 거고, 25%가 아니라 그리스처럼 30% 이상으로 올라갈 겁니다. 그럼 더 어려워질거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임금 동결을 외치겠죠.

글이 주저리 주저리 길어졌는데..여튼 결론은 최저임금은 오르는게 맞고, 최저임금 상승을 막는다고 자영업자 살기 좋은 시대는 오지 않는다는 것이 한 가지 결론이고, 또 한가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직격으로 맞는 자영업자들을 고려하여 불공정 관행, 임대료나 기타 비용을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이 동시에 힘있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론이나 자영업자도 이에 따라서 두 사안을 같은 강도로 이의제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모든 사람이 너무 최저임금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