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의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했는데 동남아 공사현장으로 2012년도에 파견을 오게 되었습니다. 뭐 사실 파견전에도 어떻게든 직장생활 함 벗어나 보겠다고 창업책만 읽고 있었네요. 나름 머리를 굴려서 생각해낸 아이템이란게 고작 커피숍이었지요 ㅎㅎㅎㅎ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도 보고 커피숍가서 알바도 하고 카페 탐방도 하고 자리도 보러다니고.. 개인 카페를 하자니 망할것같고.. 대형 프차를 해야할 것 같긴 한데 뭐 모아놓은 돈으로는 엄두도 못 내고.. 그래 파견갔다오면 모은돈으로 프차 카페를 차리자 하고는 파견을 갔네요.

파견을 오니 새벽 5시10분에 일어나서 5:20 승합차타고 6시반까지 출근 및 체조하고 7시 근무 시작. 하루종일 일하다 저녁 6시 저녁먹고 회의하고 8시 퇴근. 수시로 집중근무(?)라 하여 퇴근 1시간 연장. 승합차 타고 집에 오면 9시반에서 10시반. 월화수목금금금 한 달에 이틀 오프하는 대신 4개월에 2주 휴가. 가족이랑 보내는 시간이 제법 짧더군요. 일주일동안 와이프 얼굴 보는 시간보다 회사에서 하루동안 개객끼 보는 시간이 더 많은게 참... ㅎㅎ 가족이랑 떨어져 지내는 분들은 4개월에 한 번씩 집에 가는데 집에 가서도 따로 지내다 갑자기 같이 지내려니 많이들 싸우기도 하고 그런다더군요. 잘 살기위해 돈을 버는 건데 돈을 벌기위해 잘 사는건 포기한 느낌? 어찌보면 배부른 투정이긴 한데.. 노예? 노예중에서 돈 좀 많이 받는 고급노예라고 하면 표현이 좀 심했나요? 아무튼 당시에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저녁먹고 회의를 하는데 회의실 중앙에 앉아있는 부장님들을 뒤에서 보니 머리가 희끗하신 분들이 주루룩 앉아서 나이 차이도 얼마 안나는 혹은 더 어린 소장에게 1시간동안 내리 닦입니다. '저게 내 미래야?' 그 분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저게 10년 후의 내 모습인가 싶더군요. 뭐 암튼 파견와서도 열심히 창업 아이템을 찾아다닌 결과 2015년에 호주에 본사가 있는 스무디킹과 비슷한 프차를 시작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창업을 하자니 너무 힘들것 같고 파견와서 살아보니 여기도 살 만 하더군요. 애들 교육을 위해 기러기로 와 계신 분들도 많고. 혹시나 망할수도 있으니 회사에는 육아휴직을 냈네요. 

본사에서 계약해놓은 오픈예정의 쇼핑몰(백화점)에 입점을 하게 된건데 참 웃긴게 이 자리가 좋은 자리인지 쇼핑몰에 사람이 많을지 뭐 이런것도 모르고 그냥 계약을 했었네요. 1억 주고. 직장인 버릇이 무서운게 계약서는 또 엄청 꼼꼼하게 봤었네요. 형광펜으로 칠하면서.. 븅신 ㅋㅋㅋㅋ 근데 또 웃긴게 이게 대박이 났습니다. 지금까지 2~3주 빼고는 프차 가게 40여개 중에서 매 주 1등이네요. 그러니 뭐 자신감이 하늘을 찌릅니다. 뭣하러 회사를 다니는걸까? 장사하면 내가 대빵이고 돈도 회사원보다 나은데? 걍 프차하면 되지. 그리고는 1년후에 2호점을 또 1억주고 오픈합니다.

2호점 쇼핑몰과 계약할때는 말레이시아 본사에서 디렉터가 직접 오더군요. 1호점이 대박을 치니까 이곳 시장이 어떤까 싶어서 직접 비행기타고 와본듯 합니다. 근데 이 ㅅㄲ들도 웃긴게 2호점 쇼핑몰을 직접 둘러보고는 오케이하고 계약을 했는데 매출이 완전 꽝입니다. 실무자가 아니라 감이 많이 떨어진건지.. 40여개 프차중에 뒤에서 10등안에 드네요. 1호점 매출의 4분의 1입니다. 그리고는 또 1년 뒤 3호점을 냅니다. 이게 벌써 작년 일이네요. 3호점은 등수가 딱 중간입니다. 1호점 매출의 60%.

중간 중간 프차에 대한 회의가 들더군요. 수입은 대기업 월급보다 훨씬 많지만 언제까지 이 가게들을 현재 계약으로 하게 될지? 자재값이랑 로얄티(매출의 9%)는 왜 이리 비싼거지? 빚내서 가게 오픈에만(초도물량 빼고) 3억 투자했더니 나이 마흔에 모아놓은 재산도 돈도 전혀 없네? 대출금은 언제 다 갚나? 애들 학교 보내고 생활비쓰고 남는 돈 저금해서 목돈 좀 모은들 프차 계약끝나면 그땐 또 탈 탈 털어서 새로 가게 차려야 하나? 초도물량까지 3억넘게 박았고 매출도 괜찮은데 실제 수익은 왜 이것밖에 안 나오지? 계산상으로는 돈이 남아야 하는데 왜 이렇게 회사통장엔 돈이 없지? 

프차 시스템도 알았겠다 내가 직접 프차를 하나 만들어봐? 핫도그 프차를 만들어 볼까? 이삭토스트를 베껴와서 해볼까? 스테이크 전문점? 라면 전문점을 해봐? 닭강정? 여기 애들 치킨 많이 먹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한국에 닭강정 공장을 가보고 집에서 매일같이 스테이크만 해 먹었다가 토스트를 만들어 먹었다가 라면을 매일같이 끓여먹고 머리속에는 온통 창업, 창업, 창업, 창업.. 책을 읽어도 창업 관련책, TV프로도 서민갑부, 백종원의 무슨무슨 프로그램.

그런데 도저히 요리에는 자신이 없더군요. 생전 뭐 닭을 튀겨봤나 양파를 까봤나 설겆이를 해봤나.. 할 줄 아는 거라곤 라면 끓이기에 엑셀 프로그램뿐이니.. 어찌어찌 하다보니 KPOP 굿즈를 해보게 되었네요. 한국에서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엑소 뭐 이런 그룹들 굿즈를 한국슈퍼에 오는 컨테이너편에 받아서 1호점이 있는 쇼핑몰 매대에서 팔아봤는데 하필이면(?) 이게 또 그런대로 팔리네요. 쏠쏠하니 용돈은 벌더군요. 사실 이것도 한국에서 슈퍼마켓하는 친구가 하지 말라고 하지 말라고 븅신아 뻘짓하지 말고 프차 가게나 신경쓰라고 하는데도 아니라고 이거 된다고. 고집을 부려서 시작하게 된겁니다 ㅋㅋ 매대에서 제법 장사가 되니 이제 인터넷으로 팔아보고 싶더군요. 있는돈 없는돈 다 끌어모아 굿즈를 주문해서 지마켓과 비슷한 현지의 인터넷마켓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전국구로 팔면 대박이겠다 싶었지요.

인터넷마켓은 일반샵과는 완전히 다르더만요. 일반샵은 그저 목이 좋아야 된다 싶은데 인터넷은 전혀 감을 못 잡겠더군요. 열심히 사진찍어서 편집하고 올려보는데 당최 팔리질 않더라구요? 노출이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노출을 시킬지.. 뭔가 물품도 엄청 많이 등록을 해야 뭐 좀 그나마 살게 있어 보이고.. 몇 만원씩 주고 인터넷마켓에서 광고도 해보지만 그다지.. 인스타그램도 몇 만원씩 줘가며 광고를 해보지만 여전히 팔로워는 고작 1,000명 돌파... 인터넷사이트를 한 군데 더 등록해보지만 거기서도 그다지..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지만 몇 개월이 되도록 그다지.. 만 되풀이되다 보니 남아있던 열정과 의욕도 그다지.. 관련책도 읽어보고 유튜브도 찾아보지만 딱히... 창고 겸 가게로 빌린 월세만 괜히 추가 지출.. 분명 시장은 형성이 되어있는데 어떻게 뚫을지를 몰라 엉뚱한데로 자꾸만 돌아가는 느낌? 

하면 된다? 장사하면서 이게 가장 무서운말 아닌가 싶네요. 뭐 꼴랑 해본것도 사실 없지만 요즘 와서는 장사가 제일 무섭네요.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하면 될까? 입니다.

제 소견을 얘기해본다면 정말 나는 이 분야에 자신이 있다 또는 내가 누굴 가르칠 실력은 된다 하는 수준이던지. 누군가 끌어줄 사람이 있던지. 돈이 많던지. 어디 상가에 점포주인이던지. 기댈곳이 있던지. 정말 맨땅에 헤딩이 자신있던지. 멘탈이 진정 갑이던지. 그러지 않고서는 장사라는게 참 쉽지 않은듯 싶습니다. 그렇더라도 쉽지 않은 건가요? ㅎㅎ 이런 얘기를 한국에서 장사하는 친구들이랑 얘기를 하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시간가는줄 모르고 대화하는데 회사다니는 친구들한테 얘기하면 당최 대화가 안되요 ㅎㅎㅎㅎ 모르는 거지요. 하면 될거같고. 

그렇다고 회사원을 비하하는게 아닙니다. 겪어보기 전에는 절대 모른다는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공부만 해왔고 보고서만 작성해봤고 장사가 아닌 일만 해왔고 회사원끼리만 있다보니 "장사"를 해보고 싶긴 한데 어떻게 할지를 전혀 모르겠더군요. 이건 뭐 학원도 없고 교과서도 없고 누가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알려준다고 될것도 아니고. 직접 겪으면서 부딪치고 깨져봐야 아.. 이런거구나. 하게 되니 그것참.. 그러면서도 또 장사는 하고 싶고. 

결국 육휴 마치고 회사로 복직을 합니다. 프차에서도 수입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유지를 하면서 회사를 가야 또 부수입이 나오니 복직을 하게 되네요. 제대 휴가 나왔다고 좋아라했는데 제대 무기한 연기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기분입니다 ㅋ 내년 이맘때쯤엔 또 회의실에 앉아서 머리 허연 부장님들 뒤통수를 보고 있겠네요. 그게 싫어서 창업을 돌파구로 생각하고 나온건데 다시 돌아간다 생각하니 왠지 씁쓸합니다. 몇 년간 나름 '열심히' 해봤지만 자꾸만 패자가 된 것 같네요. 돌아갈곳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행복한 고민이란걸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착잡하네요. 다만 이제는 장사가 어떤건지 '맛'은 봤으니 전반전 마치고 후반전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지만 글쎄요........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