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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와 i세대의 부상

출연진:

매경이코노미 노승욱 기자

매경이코노미 나건웅 기자

세대 차이가 화두입니다. 직장에서는 '꼰대' 기성 세대와 '자기중심적인' 밀레니얼 세대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치열합니다.

대개 1980년을 기점으로 이전 15년간(1965~1980년) 태어난 세대는 X세대, 그보다 더 이전은 베이비부머 세대, 1980년 이후 15년간(1981~1995년) 태어난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밀레니얼 세대 다음 세대인 'i세대'에 대한 연구도 시작됐습니다. 1996년 이후 태어난, 현재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청소년 세대를 말합니다. 세대 분석 전문가인 진 트웬지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의 저서 'i세대'에 따르면, i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세대 차이의 이해는 직장인 뿐 아니라 자영업자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보통 자영업자는 X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인 40~50대가 많은 반면, 이들이 상대해야 할 고객이나 직원은 20~30대인 밀레니얼 세대와 i세대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진 트웬지 교수의 분석을 토대로 자영업자가 알아야 할 밀레니얼 세대와 i세대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두 청년 세대의 공통점은 인터넷에 능숙하고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본다는 점입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디지털 원주민(native)'라 할 만큼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익숙합니다. 때로는 스마트폰 사용이 과도하다 싶을 정도죠.

여기서 오는 첫번째 특징은 '개인주의'입니다. 진 트웬지 교수는 "요즘 i세대는 여가 시간이 생겨도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대신 혼자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잡담을 나눈다. 잡담도 전화보다는 문자 메시지를 선호한다. 심지어 연애도 예전만큼 즐기지 않고, 술도 많이 마시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진 트웬지 교수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세계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보급된 만큼 다른 나라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으로 봅니다. 실제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연세대 보건정책및관리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82개 대학교 학생 5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생 음주행태 심층조사'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동안 한 달에 1회 이상 음주한 비율을 뜻하는 '월간음주율'이 남자 대학생은 2009년 88%에서 2017년 78%로, 여자대학생은 83%에서 73%로 각각 10%포인트씩 감소했습니다. 여가시간을 혼자 즐기기 원하는 청년과 청소년이 늘면서 갈수록 주점업이 사양산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i세대는 ‘혼술’조차 이전 세대보다 덜 합니다.물론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인한 야근과 회식 감소도 한몫할 테고요. 지난 2004년 주 5일제가 처음 시행될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바 있습니다. 미스터리쇼핑 전문가인 민유식 FRMS 대표는 "여의도에서 참치집을 운영했었다. 그런데 주 5일제 시행으로 6일 장사가 5일 장사로 바뀌며 가게 문을 닫았다"고 전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더 강한 i세대는 여가시간을 혼자 보내기를 선호한다. 연애나 술자리도 이전 세대보다 꺼리며 주점업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출처: 창업직썰>

밀레니얼 세대와 i세대의 두 번째 특징은 '신속한 보상'을 선호하고 '실용주의'를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요즘 10~20대에게 인기가 많은 유튜브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광고는 5초, 영상은 3분을 넘기면 안됩니다. 텍스트는 안 읽고요. 유튜브 스타는 대부분 유명 스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내게 유용한 정보를 주고 재미를 준다면 유명세와 상관없이 구독하는 실용주의입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자영업 시장에서도 마케팅 전략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먼저 단골 등 충성고객에 대한 기대감이 줄었습니다.신속한 보상을 바라는 고객들은 '10번 오면 1번 무료'를 기다리지 못합니다. 요즘은 7번, 5번, 3번 오면 무료 식으로 '작은 보상을 자주' 해줍니다. 온라인 쇼핑몰도 전에는 5000원 이상 모아야 적립금을 쓸 수 있었다면 요즘은 100원만 쌓여도 바로바로 쓸 수 있게 합니다. 유가네닭갈비는 원래 손님 앞에서 직원이 구워주던 시스템에서 이제는 주방에서 구워서 바로 내놓는 시스템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게 더 빠르고 인건비도 절감되기 때문입니다. 테이블마다 직원이 붙어서 구워주는 것보다 주방에서 숙련된 직원 한두 명이 조리대 4개를 한 번에 돌리면 0.5명의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고 합니다.

벤처업계에서는 스톡옵션 대신 업계 최고 수준 연봉으로 보상합니다. 스톡옵션은 현재 박봉을 주고 미래에 대박을 약속하는 보상체계입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의 행복을 미래로 지연시키는 것이죠.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는 미래의 불확실한 대박 대신 당장 적당한 보상을 받는 '소확행'을 선호합니다. 실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매년 70%씩 급성장하지만 스톡옵션은커녕 성과급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성장하는 기업의 비전을 보여줄 뿐입니다.

이디야, 브롱스, 포메인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 10여개를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 안대은 씨는 모든 직원과 알바를 2개월에 한 번씩 성과를 평가해 성과급을 지급합니다. 성과급은 최소 5만원에서 최고 월급의 25%까지 줍니다. 안대은 씨는 "속된 말로 꿀리지 않게 주려고 한다. 가령 알바몬에서 둘러보며 '내가 괜찮게 받고 있구나' 느낄 수 있도록. 본인이 노력한 만큼 보상 받는다는 생각이 들도록 한다. 나도 직장생활 할 때 프로젝트를 잘 성사시켜도 급여가 똑같으면 만족 못했다. 두 달에 한 번씩 성과급을 주면 '상여달'처럼 목돈이 들어오는 느낌도 나고 더 동기 부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노하우를 전했습니다.

출판업계에서는 '10만명이 선택한 베스트셀러'라는 마케팅 문구가 예전만큼 약발이 안 먹힌다고 합니다. '남들이 다 사니까 당신도 사야 된다'는 마케팅보다는, '이 책이 어떤 점에서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당신이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겁니다. 역시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서 소비하는 실용주의 트렌드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진 트웬지 교수는 실용주의가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다른 i세대만의 특징이라고 주장합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자기중심적 세대라면(그래서 'me세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i세대는 소득 양극화가 심화된 세상을 보고 자라서 밀레니얼 세대보다 훨씬 현실에 순응하고 경제성을 중시한다는 겁니다.

i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모험하지 않고 안전을 지향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안전은 신체적 안전은 물론이고, 명예훼손이나 정서적 상처 같은 '정신적 안전'도 포함됩니다.가령 기성 세대에게는 별로 심각하지 않게 느껴지는 험담이나 차별 발언도 i세대에게는 상처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곳은 '안전한 일터(또는 가게)가 아니다'라고 느껴 방문을 꺼리게 됩니다.

진 트웬지 교수는 i세대가 정신적 안전을 추구하는 근거로 구글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를 제시합니다. 구글 북스 데이터베이스에서 '트라우마'라는 단어의 사용량이 지난 40년간 4배 늘었다는 겁니다. 진 트웬지 교수는 "원래 트라우마는 '비일상적이고 충격적인 경험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를 의미하는데, 요즘은 소소한 일상의 사건에서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었다"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프로불편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물론 i세대의 이런 특징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닙니다. 진 트웬지 교수는 "i세대는 역사상 신체적으로는 가장 안전하지만 정신적으로는 가장 취약한 세대가 됐다"고 분석합니다. 스마트폰과 SNS로 항상 친구들과 연결돼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외로움을 많이 타고, 소득 불평등 시대에 낙오될까 두려워한다고 짚습니다. 다만 이전 세대보다 더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강점도 있으니, 이런 강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하고 온화하게 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본 내용은 창업직썰 '자영업자를 위한 책읽기-i세대편'으로 업로드 예정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청취 가능합니다.

 - 창업직썰 팟캐스트: http://www.podbbang.com/ch/15910?e=22564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