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유럽 여행 6부 - 0.5일의 Paris21

6부가 많이 늦었습니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네요.

1부 ? -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tour&no=66610

2부 ? -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tour&no=66631

3부 ? -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tour&no=66649

4부 ? -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tour&no=66698

5부 ? -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tour&no=66930

벌러덩 누웠던 몸을 우선 일으켜 봅니다.

쉬는 것도 좋지만, 뭔가 할 일이 장대하기만 합니다.

짐정리도 해야하고,

장시간 씻지 못한 몸도 씻어야겠고,

한인 민박, 한인 게스트 하우스다 보니 다른 한국 사람들도 꽤나 있기에 동방예의지국민 답게 눈도장도 찍어야 합니다.

안내 받은 방에서 BMO의 배를 쩌억하고 갈라서 꿉꿉했던 속옷과 빠이시켜줄 새로운 속옷과 수건을 꺼내들고

이 날을 위해 새로 준비한 세면 세트도 에코백에 넣습니다.

김포를 출발하여 하네다에서의 노숙을 거쳐 몇 시간 만에 몸에 물을 뭍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땀냄새가 심한 편은 아니지만, 몸에 땀이 많아서 숙성되면 냄새가 고약해져서 내내 주변 눈치를 봤는데,

이제 해방이 될 시간입니다.

반바지에 쓰레빠를 슥슥 끌며 2층에 있는 샤워장에서 눈누난나 샤워를 하고 구석 구석 뽀독 뽀독 씻습니다.

 < 옹동이도 깨끗하게 ~ >

씻고 나와서 문명의 혜택을 온 몸에 받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자파 샤워 !

3G 무제한 로밍을 해갔지만, 하루 100MB 의 적은 데이터와 불통지역이 너무 많았는데,

숙소의 와이파이를 잡으니 너무 신납니다.

인터넷이 이렇게 빠를 줄이야 ㅠㅠㅠ

이번 여행의 유일한 계획인 도착 당일 에펠탑 구경을 위하여

사전에 연락해두었던 동행분께 카톡이 왔나 살펴 봅니다.

없습니다.

슬슬 불안해집니다.

저보다 일찍 도착하셨을 텐데, 연락도 없으니 쫄리기 시작합니다.

재빨리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합니다.

마침, 같은 도미토리에 묵게 된 친구들이 들어옵니다.

간단한 통성명을 하고, 나이로 넘어가게 되고, 그간의 간단한 여정을 듣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입니다 ㅎㅎㅎ;

자연스레 이야기가 나이에서 서로의 간단한 소개로 넘어가니 말이죠.

저보다 며칠 일찍 온 친구에게 다녀온 곳과 좋았던 곳들 간단하게 듣는 와중에 일일 동행 분께 카톡이 옵니다.

휴, 살았습니다;;;

에펠탑 주변을 도는 유람선을 타기로 했는데,

파리 위의 세느강을 다니는 유람선이 참 많습니다.

그냥 관람 가능한 유람선부터 식샤도 가능한 유람선, 기타 등등 참 여럿입니다.

무얼 타느냐에 따라 접선 장소도 달라지기 때문에

무얼 탈지, 어디서 볼지 계속 고민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자세히 알아볼 걸 하는 찰나에 선택에 도움이 되는 한 마디가 들려옵니다.

게하 스태프 (이하 스) : '바토무슈 타실 거면 티켓 3유로 할인해서 드려요'

숫 : '원래는 얼만데요 ?'

스 : '13유로인데 3유로 빼드려요'

숫 : '콜 !'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바로 카톡으로 보냅니다.

숫 : "바토무슈 3유로 할인해서 티켓 구매 가능합니다."

동행 (이하 동) : "가시죠 ㅎㅎ"

숫 : "그럼 알마무슈에서 뵈요"

첫 일정이 드디어 정해졌습니다.

문제는 알마무슈 역이 어디 인지 어떻게 가야할 지 전혀 모릅니다.

추천 받은 Citymapper 라는 앱을 깔아뒀지만 쓰는 방법을 몰라 그냥 노선도 보고 가기로 합니다.

에코백에 네오 담요, 우산, 이것저것 챙겨넣고 밖으로 나섭니다.

< 이것이 저녁 8시 50분의 풍경이라니 ( . . . ) >

숙소 도착해서 꽤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와보니 아직 환합니다.

저녁에 접어든 것 같이 공기도 제법 시원해져서 가뜩이나 열이 많은 몸에 상쾌함을 더해주고 있지만,

적응이 안됩니다.

대략 오후 6시 정도로 느껴지는 시간대라 몸에 막 활력이 샘솟습니다.

사실, 퇴근할 때 제일 기운 넘치는 게 직장인들의 공통된 바이오 리듬 아닌가요 ?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갈 생각하니 또 쫄립니다.

또 파리에 가면 잘 타고 다닐 자신이 있지만, 첫날은 굉장히 압박감에 눌려서 제대로 눈도 못돌리고 탔습니다.

여튼 짧지만 굉장히 길게 느껴진 전철 여정 끝에 알마무슈 역에 도착을 합니다.

중간에 환승도 한 번 하고 내릴 때 열차 문의 버튼을 눌러줘야 하는 것등 낯설은 것이 많아서 당황도 많이 했지만,

잃어버린 것 없이, 무사히 도착해서 내렸습니다.

< 처음보는 에펠탑과 유람선, 그리고 세느강 >

구글 지도와 Citymapper 를 동원해서 출구를 나오니 세느강과 함께 뒤로 보이는 에펠탑이 눈에 바로 보입니다.

이제야 파리에 온 느낌이 나고, 관광 온 기분이 나기 시작합니다.

사주경계를 하며, 관광품 팔이하는 흑인 혹은 집시들이 나타날까 경계했지만,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관광지에서 이리 멀리까진 오지 않으니까요 ㅎㅎ

하늘을 보니 구름도 잔뜩 끼고, 때때로 소나기도 온다고 했는데,

아직은 구름만 껴있으니 그냥 운치있어 보입니다.

외국에 처음 놀러온 사람의 무한 긍정 파워 같습니다.

< 에펠탑 단독샷 >

횡단보도를 건너 건너 에펠탑이 구름 한 가운데 우뚝 서있는 걸 보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유로 2016 기간이라고 축구공도 메달아놓은 것도 눈에 띕니다.

그러고보니 시계를 보니 10시가 거의 다 되었는데도 저리 밝습니다;;;

일일동행이 기다리고 있어서 발걸음을 다시 재촉합니다.

중간에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여 일이 있었지만, 금방 찾아내서 유람선으로 향합니다.

미리 사온 표를 내밀면서 살짝 불안하긴 합니다.

'싸게 산 건데 가짜 아닐까 . . .'

네, 의심도 참 많습니다;;;

그런 기우와 달리 환한 미소로 검표하시는 분들이 맞이해 줍니다.

통과를 하여, 줄을 서러 가니 '아차 !' 싶습니다.

한국인이 참으로 많고도 많습니다;;;

외국 여행을 처음 와서 인지는 몰라도 굳이 외국 나와서까지 한국인과 한국 음식 등을 마주치기 싫었는데,

줄 선 인원의 90%는 한국인처럼 보이는 곳으로 와버렸습니다;;

왁자지껄한 한국어들 속에 있으니, 여기가 한국인지 파리인지 어질어질 합니다.

그래도 동행분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줄을 서서 유람선 탑승만을 기다립니다.

숫 : '한국인이 되게 많네요 ㅎㅎ'

동 : '그러게요, 한국인 많은 곳 싫다더니 알아서 왔네요'

뜨끔합니다.

어찌됐건 잘 알아보지도 않고 싸다는 말에 온 걸 보면 역시나 뽐뻐인가 봅니다;;;

서로의 비행 시간에 대한 고생담과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줄을 서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 제 어깨를 두드립니다.

뭘까 하고 뒤돌아보니 왠 한국인 여자 두 분이 맥주병을 두 개 불쑥 내밀면서 말을 겁니다.

한국 여자1 (이하 여1) : '저기 한국인이시죠 ?'

숫 : '네;;; 왜 그러시죠 ?'

하고 물으니 또 갑자기 뭔가를 불쑥 내밉니다.

????

자세히 보니 숟가락인데, 크기가 티스푼 보다는 좀 크고 밥 숟가락 보다는 좀 작은 크기입니다.

숫 : '네 ???'

여1 : '숟가락으로 맥주병 따실 수 있으시죠 ? ㅎㅎㅎ'

( . . . )

네;;

맥주를 디밀길래 맥주 좀 주나 싶었는데, 맥주병을 따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당황스러운 와중에 또 그걸 덥썩 덥썩 받아들고, 스푼으로 맥주병을 따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막 박수치며 신나하면서 맥주 못먹을 뻔 했다고 하는데, 그냥 어안이 벙벙합니다.

그래도 머나먼 타지에서 서로 도와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맥주병을 따주고나니 유람선에서 분위기 좀 내면서 와인이나 맥주 좀 마시려니 급하게 오느라 빼먹고 온 게 생각납니다.

재빨리 주위 기념품 샵을 보니 맥주 / 와인 그런 거 없습니다 ㅋㅋㅋ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달래며 입장을 시작한 유람선으로 군중에 휩쓸려 탑승을 합니다.

< 무슈 무슈, 바토무슈 >

2층이 너무 타고 싶었던 바토무슈가 슬슬 와서 정박하니 사람들이 하나 둘 탑승을 합니다.

한국에서 떠나기 전 봤던 그간의 기상상태와 제가 머물 시기의 일기예보대로라면 또 소나기가 내려도 희한하지 않을 날씨입니다.

그간 많이 온 비 탓에 세느강은 불어서 유람선의 2층은 위험하니 운행을 안한다고 합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아늑해보이는 가운데는 사방이 유리로 막혀있고 주변으로 의자가 또 나란히 나란히 있습니다.

편안하신 관광을 하려면 안에 앉아서 보면 되겠지만, 딱 봐도 시야가 나쁩니다.

그래서 바깥의 의자에 앉으려 하니 이미 에펠탑쪽은 사람들이 줄줄히 앉아있습니다.

커플도 많이 보입니다.

제길 . . .

다시 주변을 봐도 한국인, 외국인 가릴 거 없이 커플이 많아 보입니다.

다시 제길 . . .

어쩔 수 없이 서서 난간을 잡고 있으니 유람선이 슬슬 오듯 슬슬 출발합니다.

< 이게 오후 10시 11분의 풍경이랍니다;; >

저기 참 조명이 이쁜 건물이 보입니다.

뭔지 모릅니다.

그냥 '우왕 이쁘다ㅋ' 하고 옆의 동행에게 물어봅니다.

숫 : '저게 뭘까요 ?'

동 : '저도 모르겠네요'

네 . . .

둘 다 파리에 오자마자 뭘 파악할 겨를도 없이 그냥 유람선에 몸을 싣고 둥둥 떠다니는 처지입니다.

동 : '한강보다 물도 더럽고, 건물도 비슷비슷해 보이고, 그냥 그렇네요'

숫 : '저도 좀 실망인데, 전 한강에서도 유람선 못타봤어요 ㅎㅎ'

이런 저런 잡담을 하다 보니 비가 또 내립니다.

샤박샤박 토닥토닥 오는 게 지나갈 소나기 같아서 우산을 안꺼냅니다.

계속 옵니다 . . .

그래서 우산을 꺼내니 그칩니다.

비가 그쳐서 우산을 접으니 또 옵니다 . . .

몇 번 반복하니 체념 아닌 체념을 하고 될대로 되라 합니다.

뭐가 그리 좋다고 해맑게 웃는 오징어 사진이 사진첩에 있는데, 상영 불가입니다.

< 이름을 잘 모르겠는 다리 ? >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파리에 있던 지인이 소개해준 다리는 안보이고 뭔가 이쁘장한 게 달린 다리가 나옵니다.

지인이 '형, 다리 이쁘니까 꼭 보세요' 했던 그 다리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인데, 저건 뭔지 모르겠습니다.

해가 슬슬 지고 진작 켜있던 조명들이 이쁘장하게 어둑한 하늘과 어울리기 시작하니 그제서야 멋이 살아납니다.

<핸드폰으로 움직이면서 촬영하면 이리 망함>

어두워져가는 하늘 속에서 빛을 내는 에펠탑이 모습을 보입니다.

비를 뿌리던 구름낀 하늘과 빛을 내는 에펠탑이 뭔가 잘 어울리는 분위기도 납니다.

역에서 내렸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바닷가의 등대마냥 빛을 사방으로 둘러주는 걸 보니 뭘 해도 이뻐보이기 시작합니다.

핸드폰을 암만 만지작거리고 쌩쇼를 다하면서 찍어봐도 개떡같이 나옵니다.

야간에 움직이는 배 위에서 찍으려니 제 눈으로 보이는 풍경의 정취를 10%도 못찍는 것 같아서 속이 탑니다.

같이 온 동행분은 파리에서 사진찍으려고 미러리스를 사오셨단 말에 갸웃했었는데,

카메라는 진짜 있어야겠구나 싶으면서 또 설정 만지고 찍고를 반복합니다.

답이 없습니다 ㅠㅠ

< 느낌만 사는 사진 >

슬슬 움직이는 것 같던 배가 어느새 에펠탑을 지나쳐서 가고 있습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받으면서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래 이걸 보려고 이 먼 땅까지 날아왔구나. 헛수고가 아니구나'

그제서야 동행분과 저는 똑같은 말을 합니다.

숫 : '한강하고 비교가 안되네요.'

동 : '아까 한강하고 다를 바 없다는 말 취소.'

정신 없이 사진찍고 풍경 감상하고 분명 해가 진 어두운 하늘인데, 그 사이로 보이는 구름들을 보며 연신 감탄에 감탄을 하다보니

반환점에 도착하여 유람선이 턴을 하기 시작합니다.

< 나. 나니 ? >

영화에서나 보던 뉴욕에 있다던 자유의 여신상이 파리에도 작은 사이즈로 있습니다.

신기하기만 해서 멍하니 봅니다.

반환점을 돌아 보아오던 곳의 반대인 에펠탑의 맞은 편을 유유히 구경을 하다보니 어느새 또 내릴 때가 됩니다.

< 내리실 곳은 이쪽입니다 >

날씨가 은근 추웠던 덕에 저는 땀 안흘려서 신났는데, 동행분은 덜덜덜 떠시길래 가져온 네오 담요를 건냅니다.

저는 살짝 추워도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너무 나서 괜찮을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이런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면 저도 배길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얇은 외투라도 사야하나 둘 다 고민을 합니다.

한 명은 가만히 있으면 땀 식으면서 추울까봐, 또 한 명은 그냥 추워서 . . .

구경을 마치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있습니다.

시간은 오후 11시를 지나치고 있는데, 둘 다 저녁을 먹질 않아서 허기가 지기 시작합니다.

지인에게 추천을 받은 곳이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길래 버스를 타고 당당하게 이동합니다.

아늑한 분위기에서 오늘 봤던 것을 얘기하며, 맥주 한 잔 들이키면 하루의 마무리로 적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 . .

. . .

. . .

문 닫았습니다.

망했습니다.

옆의 건물은 신나서 노래 틀어놓고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한데, 가려고 했던 곳은 불도 꺼져있고 적막만이 흐릅니다.

근처의 카페, 식당을 찾아보니 또 거리가 애매합니다.

결국 8호선을 타고 적당한 곳으로 이동해서 끼니나 떼우기로 하고 역으로 갔더니,

8호선은 또 파업입니다.

2배로 망했습니다.

숙소갈 때 저거 타고 가다가 갈아타야 하는데 운행을 안하고 있습니다.

구글맵과 시티매퍼 앱을 이용하니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어찌저찌하여 환승해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조금 있으니 버스가 도착하고 탑승하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습니다.

포르투갈과 아이슬란드 경기가 파리에서 있다더니 도로에는 포르투갈 애들이 소리 지르며 차를 몰더니,

버스에는 아이슬란드 애들이 잔뜩 취해서 버스에서 소리 지르고 술 냄새 팍팍 풍깁니다.

이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귀가길이 꼬였더랬죠.

결국 동행분을 환승 정거장까지 데려다 드리고 버스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기로 마음을 먹으니,

아이슬란드 친구들도 같이 내려서 막 돌아다닙니다.

허허 . . .

조금 시간을 보내니 결국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차 오기 몇 분 전에 저도 막차를 타기 위하여 이동합니다.

추운 날씨에 (제겐 딱 좋은)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기분이 쎄 ~ 합니다.

버스 타고 조금 가서 지하철 타고 가다가 내려서 숙소 들어가면 끝인데, 쎄 ~ 합니다.

정류장에서 잠깐 기다리니 버스가 도착합니다.

이젠 전철도 제법 타봤고 버스도 제법 타보고 알 수 없는 꼬부랑 불어도 대충은 귀에 익었다 싶으니 걱정이 없습니다.

한 정거장, 두 정거장 지나니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에 탑니다.

제 옆에 왠 금발의 언냐가 털썩 앉네요 . . .

아 . . .

갑자기 절 홱 돌아보더니 불어로 막 뭐라 뭐라 합니다.

숫 : '아이 돈 스피크 프렌치'

프랑스 언냐 (이하 언) : #$^&$&%^*&*

숫 : '노 메르시'

언 : '두 유 스피크 잉글리쉬 ?'

에 . . . 어디선가 들어본 기초 문법이 들립니다.

막 기쁜 마음에 실수로 대답을 합니다.

숫 : '어 리틀'

갑자기 싱긋 웃더니 막 영어로 말 합니다.

대충 해석하니,

언 : '니 내랑 술 마시러 갈래 ? 니 귀엽다, 내랑 놀자'

헙;;; 추파를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이 언냐, 동행 포함 5명입니다.

네 . . . 저 장기 떼일까 무서운 기분에 반사적으로 대답을 합니다.

숫 : '노노 아 돈 노 유어 스피크'

계속 뭐라뭐라 하는데 모르는 척 하니 흥미가 떨어졌나 봅니다.

고개를 창밖으로 돌리고 관심 없는 척을 하니 관심을 끊어줍니다.

이윽고 내릴 정거장이 되어가니 이 친구들 내릴 준비합니다.

아 . . . 꼬인다 . . .

결국 같이 내리니 제게 상큼한 (?) 미소를 날리더니 자기들끼리 대화 후 미친 듯이 달립니다.

나, 나니 ??

뛰어가는 방향을 보아하니 전철 타러 가길래 저도 덩달아 같이 뜁니다.

네,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았습니다 ㅠㅠㅠㅠㅠ

전철 플랫폼에 들어가니 이미 그들이 서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들어오는 열차에 타면서 보니 다른 칸에 타길래 안심했더니, 출발하고 나서 중간 문을 열고 이쪽으로 오더랍니다.

손에는 각자 와인을 들고 병나발 불며 다가오는데 솔직히 쫄립니다.

다행히 저를 지나쳐서 뒤에 앉았는데도 기분이 굉장히 별로였지만,

제가 아무런 대화 시도도, 제스쳐도 없길래 끝난 줄 알고 다행이라 여겼습니다.

이것이 불행의 시작일 줄이야 . . .

그들은 제가 내리려는 전 정거장에서 내리려고 했고,

저는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있던 찰나 !!

제게 추파를 던지던 언냐가 먼저 내려서는 출입구 앞에 앉아있던 제 손목을 낚아 채더니 당깁니다.

어, 어, 어, 어, 어라 ?????????

간단하게 내려졌네요.

( . . . )

언 : '어라 진짜 내렸네 ㅋㅋㅋㅋ ( 영어 )'

지가 땡기고선 저런 멘트를 제게 또 날립니다.

언 : '내린 거 나랑 놀래 ?'

숫 : '노노'

무서워서 또 거절했습니다.

언능 귀찮은 사람 보내고 다음 열차타고 한 정거장만 가자 해서 의자 앉아있으니 역무원이 다가옵니다.

역무원 (이하 역) : '운행 끝났으니 나가세요'

숫 : '???? 마지막 열차였나요 ?'

역 : 'ㅇ_ㅇ 님 방금 막차였음'

숫 : ( . . . )

역 : '이리 올라가서 저리 가면 출구니까 나가세요'

큰 일 났습니다.

일이 꼬이기 시작하니 또 단단히 꼬여버립니다.

숫 : '나 다음 정거장 가야하는데, 어디로 나가면 되죠 ?'

역 : 'x번 출구 나가서 xx번 버스타면 됨'

숫 : '메르시 메르시'

그래도 숙소까진 갈 수 있답니다.

일단 역을 벗어나야 해서 나오니 그간 안터지던 폰이 터지고 카톡이 마구마구 날라옵니다.

"숫사자씨 여기 숙소인데 어디신가요 ?"

"숫사자씨 늦은 시간까지 연락없어서요, 연락주세요"

타지에서 걱정하는 사람이 그래도 있다는 안도감에 잽싸게 카톡을 보냅니다.

숫 : "여기 전역이구요. 취객 때문에 내려서 버스 타고 가겠습니다"

스 : "??????????????????????????????????????????????????????????"

저도 황당해 죽겠는데, 숙소 스태프는 오죽하겠습니까 ? ㅠㅠ

상황 설명 간단히 보내고 역에서 벗어나서 계단을 올라오니 아뿔사 . . .

그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언 : '오 ? 안갔네 ? 나랑 놀래 ?'

또 추파를 던집니다;;;

제가 좀 귀엽긴해도 저기에 넘어가기엔 많이 쫄리는 지라 또 거부를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제 뒤로 취해서인지 신나서인지 모르겠는 상태로 제게 잘 가라고 인사까지 해주고 깔깔 거립니다.

별 일 다 당합니다 ㅠㅠ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겨우 버스를 타니 분위기가 또 오묘합니다.

낮에 타던 버스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흑인과 집시들로만 이루어진 승객들 속에 혼자 또 쫄아버립니다.

평소라면 신경도 안쓰겠는데, 험한 일 한 번 겪으니 그냥 전철로 한 정거장인데 걸어가야겠다 절로 생각이 들어서

몇 정거장 못가고 내려서 걷기로 합니다.

또 실수 . . .

막상 내리니 주위는 어두컴컴에 외진 길에 저어기 멀리 보이는 바이크 샵에서는 오토바이를 부앙부앙 하는 형님들이 보입니다.

잽싸게 짧은 다리 놀려서 걷다가 횡단보도가 보이자마자 건너서 잽싸게 뜁니다.

언덕길인데도 정말 잘 뛰었습니다.

턱까지 숨이 차는데, 뒤에서 바이크 소리가 부앙부앙 하는 소리가 들리니 또 쫄아서 더 뛰어봅니다.

그렇게 몇 분을 달리니 보이는 숙소 대문에 눈물이 핑 돌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죽을 팔자는 아니구나 싶은 마음에 너무 기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중에는 혼자 쫄아서 그 난리를 폈던 것인데,

파리에 온 첫 날에 별 일을 다 겪다보니 심하게도 쫄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살았다 살았어 !'

기쁜 마음에 숙소 문을 열고 무사 복귀를 합니다 ㅠㅠㅠㅠㅠ

문을 지나자마자 가뜩이나 바닥인 체력과 함께 다리가 풀려버립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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