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때려치고 여행간 SSUL ; Turkey 여자 만나러 간썰..47

안녕~

제가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자 그녀도 저를 보고는 웃으며 안녕이라고 대답해줍니다.

너 어디서 왔어? 하고 제가 호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아 나 러시아~ 

너는?

난 코리아.. 아 물론 남쪽이야. 반가워~ 날씨가 참 흐리네~~ 넌 여기 언제 왔니?

나? 2일 전쯤? 이번주 내내 날씨가 흐려서 그냥 여기서 계속 책이나 보고있어. ㅎㅎㅎ

아 그래? 나도 오늘 여기 공항올때 죽다 살아났어.. 진짜 위험했어.

정말? 어땠는데?

그녀가 호기심을 보이자 오늘 있었던 비행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착륙이 실패하자 사람들이 울기도하고 기도도 하고 옆에서는 토하기도 했다는 얘기에 

아 정말 위험했었나보구나? 그래도 여기에 온걸 보니 다행히 착륙했나보네?

어.. 정말이지 나는 무교지만 그순간 만큼을 신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다니까 ㅋㅋㅋ 그래도 터키에 와서 신이 살려줬으니 나도 이슬람교 믿어야할까봐 ㅋㅋㅋ

그렇게 가볍게 노가리로 시작했습니다. 라운지 한가운대는 조그만 분수가 있고 그 주변을 푹신한 U자형 의자가 둘러싸고있고 한쪽 구석에는 운치있게 벽난로가 장작을 태우며 라운지를 따뜻하게 덥혀 줍니다.

그녀의 이름은 디아나 모스크바 근처의 어느도시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자가 엔지니어라니 흔하지 않은데?

응 맞아 보통 10명중에 1명정도지.. 

올~~ 회사에서 인기 많겠는데?? 

아니 이젠 나이를 먹어서 예전같지 않네~~

야 그럼 한국에 와 한국오면 너 인기 쩔껄? ㅋㅋㅋ 근데 너 영어 잘한다?

제가 그동안 만난 대부분의 러시안들은 영어가 서툰편이였는데 디아나는 상당히 능숙한 영어를 구사합니다. 단어도 고급어휘를 사용하고 오히려 제가 못알아 듣는 경우가 많았어요. 

디아니가 너 차한잔 할래? 

음 차?.. 잠깐 기다려봐..

제방에 후다닥 갑니다. 이때를 위해서 준비해놓은게 있죠. 

이것만큼은 김연아고 김태희고 다 쩌리일뿐 이나영이 그려져 있는 노란 맥심과 마이쭈 한움큼을 쥐었습니다. 그리곤 전속력으로 라운지로 돌아갔지요.

돌아가보니 디아나는 허리를 숙여 능숙하게 벽난로의 재를 치우고는 나무 몇개를 더 채워넣고 있었습니다. 뒷모습이;;; ㅎㄷㄷㄷ

자 이거 먹어봐~~

이게뭐야??

한국 캔디랑 인스턴트 커피인데.. 둘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더라고. 물론 한국에서도 많이 팔리는거고.. 

우선 맥심하나 타줍니다. 한모금 마시더니..

오~~ 이거 좋은데? 이거 이름이... 어 맥심? 나 커피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건 너무 맛있다. 진짜로..

그래? 그럼 캔디도 하나 먹어봐..

아 나 캔디는좀... 하면서 하나 먹더니.. 계속 먹더군요 ㅋㅋㅋ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내가 캔디를 2개이상먹어본적이 없는데 ㅎㅎㅎㅎ 고마워 맛있다.

분위기가 한층 유해졌습니다. 본격적으로 마주앉아 작은 대화가 시작됩니다. 옆에는 벽난로가 운치있게 타오르고 작은 분수의 물소리도 좋습니다. 10평정도 되는 좁지 않은 공간에 두사람이 마주보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와중에 페단은 1시간마다 한번씩 

What are you doing?이라는 메세지를 보냅니다....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합니다.

카파도키아 도착해서 내내 정말 1~2시간마다 What are you doing?이란 메세지로 시작합니다. 성실히 답을 보냈음에도 계속 물어봅니다.

여행와서 폰만 볼수도 없구요..하아.. 그냥 무시하고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그것도 불과 30분전에 만난 국적도 각자다른 두명이 제 3국에서요..

디아나는 현재 러시아 연휴에 자기휴가를 몇일 붙여 혼자 여행을 왔다고 합니다.

혼자 여행다니는게 좋아서 보통은 혼자다녀.. 디아나가 말하자마자 제가 맞장구를 칩니다.

어 진짜?!! 나도 그런데. 혼자서 여행하는게 확실히 편하지 일정조정도 마음대로 가능하고.

어 그래 맞아!! 어쩌다가 친구들이랑 함께 다닐때도 있는데.. 그럴땐 내가 가이드가 된기분이야..

아 맞아 맞아.. 혼자서 가끔 사색도하고 이것저것 하지 않더라도 멍때리고 싶기도하고.. 친구랑 같이가면 배고프지 않아도 먹어야하고 이래저래 불편한게 많기는해.. 

사실 제가 혼자 여행을 다니는 이유이기도했구요... 우리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여행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었습니다.

너 가본곳중에 어디가 가장 좋았니?

나? 얼마전에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갔었는데 굉장히 좋았어. 투어비용이 조금 많이 비싸기는 했지만 살면서 한번 가볼만한 곳인거 같아.  너는?

음.. 난 오키나와 조그만 섬이 있는데 아직 잘 알려지진 않은곳인데 그곳이 그렇게 좋더라고 밤에 별도 많이 보이고 날씨도 좋았고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때 눈물날뻔했다니까. 너무 예뻐서.

ㅎㅎ 맞아 가끔 그럴때 있지.. 너도 굉장히 감정적이구나?

아니야 ㅋㅋ 난 남자거든? 그냥 뭐 기분이 그랬다는거지 뭐~

아 너도 맥주한잔 할래? 맥주 많이 사왔는데.. 

아니 나 술안마셔..

?? 너 러시안이잖아..

휴우... 킬리만자로 갔을때 스웨덴이랑 영국애들이랑 만나서 같이 올라갔거든.. 걔들도 나보고 러시안이 아닌 5가지 이유를 말해줬어..

술도 안마시고..

담배도 안피고..

말끊어서 미안한데 넌 그 2가지 이유만으로도 러시안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디아나가 자지러 지게 웃습니다. 

나이 가몇살이야? 약간은 호기심성으로 물어봤습니다. 

32살

넌?

한번 맞혀봐 서양인들 아시안들 나이 못맞추잖아 ㅋㅋㅋ

음.. 28살? 

오~ 예의가 있는 여성이네 아니 난 34살 서양식으로..

한국은 나이가 달라?

응 엄마 뱃속에서부터 나이를 먹어 거기에 해가 바뀌면 바로 1살을 더먹고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다음날 바로 2살이 되는 방식이지 ㅋㅋ

그건 몰랐네? 나이가 다를 수 있다니.

너 결혼 안했니? 러시안들 빨리 결혼하잖아.

아니 난 지금 싱글 넌?

나도~!

이후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이야기하면 엄청 웃는 이야기들이 몇개 있는데 그 몇개를 풀었더니..

아~ 그만해 나 지금 눈물나 ㅋㅋㅋ 아 진짜 웃긴다 너 ㅋㅋㅋㅋㅋ 

그래? 아 말도 마 나 그땐 진짜 심각했었다니까... 

그렇게 3시간넘게 노가리를 까다보니 11시가 넘었습니다. 디아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러시아 남자들 얘기였어요.

대부분 엄청난 나르시시즘을 가지고 있어서 언제나 나정도면 잘생기지 않았냐는 생각을 달고 살고 결혼하면 집안일은 손하나 까딱안한다는 이야기들을요 ㅋㅋ

마침 라운지에서 나가야하는데 한손에는 접시가 있었고 한손에는 맥주가 들려있어서 제가 문을 열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흠 러시안 스타일로 해볼까?

디아나 문좀 열어!!

아 예~~ 하며 장난 스럽게 문을 엽니다. 

제가 숙소로 들어가는 문도 열어 줍니다.. 

그리고 제방도;; 열어야하는데.. 

디아나 내 왼쪽주머니에 열쇠가 있는데 열쇠로 열어줘

....

본이 아니게 디아나는 제방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좀 뻘쭘하기도 하고...

자 여기 캔디 더줄께.. 하면서 마이쭈를 한주먹 더 쥐어줍니다..

둘이 어색한 기류가 흐릅니다만.. 디아나가 먼저 선수 칩니다.

난 갈께~~ 잘자~~ 내일봐~~

아까 대화 도중에 내일 같이 러브밸리 트랙킹 가자고 약속했었거든요... 

좀 아쉽지만 디아나를 보내고 저도 씻고 푹잡니다. 그와중에도 페단은 

What are you doing?이 오길래 씻고 잘꺼라고 이야기하고 잘자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정말 피곤하기도 했구요..

위험한 비행탓인지 맥주탓인지 지나치게 많은 대화때문인지 모르겠지만요 ㅎㅎㅎ

다음날 새벽 역시 예상대로 벌룬투어는 기상악화로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ATV투어는 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비와도 우비 입고 한다고..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바람이 엄청납니다. 도저희 투어를 할 수 없을꺼 같아. 호텔측에 취소요청을 보냈습니다.

그리곤 뭐 할일 있나요.. 아침 호텔에서 먹고요.. 또 라운지 갔죠..

디아나가 나와 있습니다. 

저를보곤 보던 책을 보여주면서 흔드는 걸로 인사를 대신 합니다. 

날씨가 안좋네~~

그러게~~ 오늘도 책이나 읽어야겠다..

뭐 어제 할얘기도 다했고 어제 막판의 어색함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저도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키고 다운받아놓은 전자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재미있었고 구성도 나쁘지 않았지만 어쩐지 마지막이 좀 인위적인거 같아 좀 아쉽긴 했습니다만 쉽게 쉽게 술술 잘 읽히는 책이였습니다. 

책을 한권 다읽고도 날씨는 나아질 기미가 안보입니다. 

그와중에도 페단은 어제와 마친가지로 1~2시간마다

What are you doing?이라고 문자가 오길래 그냥 호텔에서 쉬고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날씨도 꿀꿀하고.. 비바람이 몰아치니 뜨끈한 국물에 소주한잔이 생각납니다만 여기에 그런게 있을리는 만무하고... 갑자기 어제 버스 예약하러 갔다가 본 한국식당이 생각이 납니다.

디아나~ 너 한국음식 먹어봤어?

아니 왜?

흠 날씨도 춥고 매운게 먹고싶어서. 너 같이 갈래? 맵지 않은 음식도 많은데..

디아나가 조금 생각하는듯 합니다..

음 좋은생각이고 고마운데.. 한국음식은 한국에 갔을때 먹을께.. 오늘 터키음식 먹을래~~

아 그래? 알았어~~

보기좋게 까이고는 비바람을 뚤고 호텔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는 한국식당에가서 라면한그릇 먹었습니다. ㅠㅠ 와 진짜 라면 먹으니 속이 확 풀리더라구요. 

라면을 먹는동안에도 길거리에 간판이 날라다닐 정도로 바람이 세서 이번여행은 날씨운이 드럽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올때는 이상하게 날씨가 맑습니다. 이런 날씨가 이어지면 ATV로 선셋투어는 갈 수 있겠다 생각되서 길거리에 있는 ATV투어 여행사에 들어가 40리라에 투어를 예약 합니다. 시작시간은 오후 4시 오후 6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면 끝이 날꺼라는 안내를 받았고 시간에 맞춰 호텔로 픽업을 나가겠다고 합니다.

그리곤 슈퍼에 들려 밤에 먹을 맥주를 몇캔사서 호텔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시 라운지로 나갑니다.

디아나는 점심먹으러 갔는지 라운지에 보이지 않더라구요.

돌아온 시간이 오후 1시이고 투어시간은 오후 4시.. 어중간하게 시간이 떠있어서 책한권을 더 삽니다. 세상이 좋아져서 터키에서도 한국 전자책을 살 수 있다니 ㅎㅎ 격세 지감이네요.

기욤뮈소의 종이여자 한권을 다 읽을때쯤 픽업차량이 호텔앞에 옵니다. 그리곤 ATV투어를 떠났습니다.

도착해보니 오전 날씨가 안좋았음에도 불구하고 10명정도의 사람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귀염귀염하게 생긴 동양인 여자아이도 한명 있었구요.

외국나가서 투어상품을 하게되면 이상하게 인종별로 모이게 되더라구요.. 아무래도 친숙함 때문이겠죠.

그녀의 이름은 샤오잉(본명아님)이고 대만에서 왔답니다. 상당히 동안이였는데 나이는 무려 40살!! 아들도 2명있대요. 남편은 어쩌고 혼자 왔냐고 물어보니까.. 애보고 있답니다. 직장 스트레스때문에 좀 힘들었대요 ㅋㅋㅋ

어쨌든 ATV선셋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일단 먼저 말씀드리는데.. 다른건 몰라도 ATV투어는 꼭 해보세요!!! 정말 정말 잼있어요!! 체력적으로 힘들지도 않고 ATV의 적당한 속도가 주변 경치를 살피며 달려나가기 참 좋습니다.

터키가 한반도의 8배쯤 되는 크기라고 알고 있는데 어쨌든 굉장히 다양한 기후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건 틀림 없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불과 1시간을 날라왔을뿐인데 이런 사막형 지형이 펼쳐 집니다.

거기에 하루종일 흐려있던 날씨가 유일하게!! 선셋투어 시간에는 햇빛이 얼굴을 비췄습니다. 진짜 불행중 다행이였죠.

저기 보시면 나있는 많은 타이어 자국들이 전부 ATV 자국들입니다. 하늘도 구름이 많긴하지만 뭐 이정도야 ㅎㅎㅎㅎ

중간에 휴식시간때 터키 애들이 무슨 주사위 굴려서 하는 게임같은걸 하던데 늙은 아재와 젊은이가 잼있게 하는걸 보고 찍어 봤습니다.

액션캠도 찍어 놓은게 있는데.. 정말 풍광이 좋았거든요.. 근데 화면이 삐뚤어져서 어떻게 돌리는질 모르겠네요;;; 액션캠 편집화면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것을.. 프리미어도 지금 공부하고 있으니 나중에 한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예쁜 사진도 정말 많은데 그건 후기에서 올릴께요 여기다가 올리면 스압이 너무 심해서..

근데 달리는동안 뒤에서 따라오는 커플이 진짜 비매너 였습니다. 조금만 정차해도 빵빵거리고 난리더라구요. 앞차가 안가서 안가는건데 계속 빵빵거리고..

제 바로 뒤라서 더 신경쓰이고.. 참.. 뭐 같은놈 걸렸다고 생각하며 꿍시렁 거리면서 달렸습니다. 그러다 아예 제가 뒤로 쳐져서 그 커플 뒤에서 쫓아가니 그래도 앞차 보고 빵빵 거리던 ㅡㅡ^

그래도 풍경이 좋아서 걍 신경 끄고 내달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종착지.. 러브밸리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장엄한 기암X석을 보고 있자니..

함께 다녔던 투어 일행모두.. 와~~라고 하긴 하는데.. 우리모두 드립을 조심하고 입을 닥치고 있었죠... 그러던 차에 샤오잉이 저에게 한마디 합니다.

여기가 왜 러브밸리야???

그질문에 투어 가이드도 저도....

어....음...그러니까.. 돌모양이..... 

아... 알꺼같아... 미안...

sorry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후에.. 

dslkasjf;l3klsdfoiq! , aldkweoit!!!

뭐라뭐라 터키말이 들리는데 사람들이 막 박수를 쳐줍니다.. 사진찍다가 그곳으로 가보니..

아까 그 무개념 커플이...

이지랄 떨고 있더군여 ㅡㅡ... 

모든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넘이 그렇게 빵빵거린게.. 그넘에겐 오늘이 프로포즈 디데이였던 겁니다.. 러브밸리에서요.. 그넘은 날씨가 워낙 변화 무쌍하니 날씨가 좋을때 빨리 도착해서 프로포즈를 하고 싶었던거죠.. 

네 러브밸리에서요.. 기암X석들이 널려있는 그곳에서요..

뭐 다행히 여자는 승락했고.. 뭐 저 러브밸리 투어를 마지막으로 와인한잔씩하고 저는 다시 숙소로 왔습니다. 여행다니면서 참 에피소드가 많아서 좋네요.. 프로포즈도 보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