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116385의 시계가 왜 논란이 되는가에 대하여-진품 가품 판명을 중심으로46

* 원글 삭제를 대비한 아카이브 링크입니다. https://archive.is/0k6ur

1. 사건의 개요

 언제나 조용한 편에 속하던 시계 포럼이 왠일로 떠들썩합니다. 그 근원에는 116385 게시글이 있습니다. 해당 게시글에서 작성자님은 친구의 파텍필립 시계를 차봤다고 사진을 올리셨고 그걸 본 유저들은 가품인거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상주하는 다른 시계 전문 사이트와 다르게 뽐뿌에는 가품 글도 심심찮게 올라오기에 자연스럽게 삭제되거나 묻힐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놀랍게도 작성자 님이 진품임을 강조하며 친구분과의 연락 내용과 100만원 내기를 제안합니다. 거기에 연이어서 "찢어진백과사전", "무한지름" 님이 공증을 받자면서 내기에 올라탔습니다. 아마 당사자 사이에 모종의 연락이 취해지고 있는 상태인거 같네요. 여기까지 현재 진행사항입니다.

2. 어떤 시계인가?

 논란의 당사자 쏘울트리 님이 올리신 사진입니다. 해당 시계는 파텍필립 노틸러스 5711 청판(https://www.patek.com/en/collection/nautilus/5711-1A-010)입니다. 파텍필립은 롤렉스, 시티즌, 세이코처럼 시계 브랜드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파텍필립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게 평가받는 시계 브랜드입니다. 노틸러스는 시계 라인업으로 파텍필립의 대표적인 스포츠 워치 라인업입니다. 롤렉스에서 서브마리너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해당 라인업 내에서도 재질, 기능, 연식에 따라 많은 시계가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5711이란 숫자로 명확히 표기해줍니다. 청판은 다이얼 색이 파란색이란 뜻입니다.

 해당 시계는 쉽게 말하면 "세계에서 가장 구하기 어려운 시계"입니다. 파텍필립은 롤렉스만큼 시계 마니아 사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축한 브랜드이고, 그 중 스포츠 라인-노틸러스-는 정말 구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몇 달간 매일 매장에 출근해도 보기 어려울 수준이지요. 특히 위 시계 모델은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래 없이 높은 프리미엄(P)을 끼고 있습니다. 현재 파텍 필립 매장 가격이 4,500만원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레이 마켓 가격은 8,000만원을 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P가 매번 변동하고 파텍을 살 돈도 없기 때문에 가격 정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만 쉽게 말하자면 매장에서 산 다음 바로 리셀하기만 해도 3,000-4,000만원 정도는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일반인은 구경하기도 어려운 것이지요(비슷하게 롤렉스 일부 모델도 구경조차 어렵습니다. 요즘은 전시 모델이 생겨서 좀 낫습니다).

3. 진품 혹은 가품?

 게시글에는 소소한 곁가지로 롤렉스 익스플로러도 있습니다만 핵심은 노틸러스의 진가품 여부이지요. 사실 진가품은 사진상 구별이 까다롭습니다. 특성 상 화질도 나쁘고, 원하는 각도나 빛 반사도 보기 어려우며, 작아서 안 보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특히 본 경우처럼 하이엔트 워치의 경우 실물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어느 정도 안목이 쌓이면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마찬가지로 사진상으로는 얼마든지 속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계 글은 대부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보는게 현명합니다. 

 그러나 해당 게시글에서 논란이 된 이유는 뭘까요? 먼저 상당히 시계 수준이 조악했습니다. 파텍필립 정도의 브랜드가 되면 시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시계 자체를 보는 순간 정말 비싸다는 느낌이 듭니다. 유무광 마감과 라운드 처리를 통해 빛 반사를 극대화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논란의 시계는 무광 처리가 상당히 빈약했습니다. 라운드 마감도 허술해보이고요. 그러나 이것은 진품도 얼마든지 사진을 못 찍으면 가능한 일입니다. 사이트에 원본 사진을 올리지 않으니 화질이 열화되서 그렇게 나타나는 면도 많고요. 따라서 혼자서 심증을 가질 수는 있어도 이걸로 가품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무모하거나 용감한 사람일 것입니다. 사진상으로 명백한 증거를 잡으려면 분명하게 진품과 다른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해당 사진에서는 데이트 창이 문제였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진을 보면 날짜를 표기하는 데이트 창이 걸쳐져 있습니다. 진품에서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지요. 제가 보기에 더 큰 문제는 폰트 자체가 이상합니다. 먼저 진품의 사진을 보시지요.

일부러 해당 게시글에 나오는 18일, 19일 날짜의 사진만 들고 왔습니다. 데이트 창만 보시면 꽉 들어차는 모습이 특징적입니다. 저는 항상 노틸러스를 볼 때마다 꽉 차는 데이트만 생각나더라고요. 위로 올려서 의혹의 사진을 보시면 폰트가 얇고 비리비리(?) 해보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꽉 차지도 않지요. 눈썰미가 좋은 분은 당연하지만 글자 폰트도 미묘하게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품에서 아주 흔하게 보이는 모습입니다. 거기에 덧붙혀서 데이트가 걸처져 있는 모습을 봅시다. 아래 사진은 해당 시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무브먼트 Cal. 324의 모습니다.

 전면부 사진인데 날짜를 표기해주는 휠에 인쇄된 글씨가 큼직큼직하고 남자답습니다. 너무 멋지네요. 18과 19 사이의 글자 간격을 보시면 상당히 좁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쭉 올려서 의혹의 사진을 보시면 매우 넓습니다. 잘 모르시겠다고요? 18과 19의 1 사이 간격을 보시면 아무리 둔한 사람도 바로 알 수 있을겁니다.

4. 왜 뒷 백 사진이 필요한가?

 현재 "찢어진백과사전", "무한지름" 님은 뒷백 사진을 올려주라고 하고 있습니다. 왜 뒷백 사진을 요구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대부분의 가품이 뒷백 사진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범용 무브먼트가 아니라 특정 제조사에서 고유하게 만든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경우 100% 판단 가능합니다. 현재 가품이 완벽하게 따라한 인하우스 무브먼트는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트랜드인 시-쓰루 백의 경우 쉽게 가품 구별이 가능합니다. 특히 이 시계의 경우 파텍필립의 인증이 들어가있는 무브먼트가 들어가기 때문에 판단이 매우 쉬운 일입니다. 가품의 경우에는 엇비슷하게 흉내는 내지만 그 마감과 성능은 결코 따라할 수 없습니다.

 위의 사진은 무브먼트의 후면 사진입니다. PP라고 적혀있는 파텍필립 씰이 있네요. 큼직한 로터는 18K 골드이기 때문에 무게감을 더해줍니다. 최상급의 쥬얼이 들어감은 물론이고 모든 모서리는 부드럽게 라운드 처리 됩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밸런스 휠입니다. 밸런스 스프링을 고정하는 방식도 일반적인 무브먼트와 다르며, 자이로맥스 레귤레이팅 방식이 적용되었습니다. 아마 브레게 오버코일이 적용되었을겁니다. 위의 방식들은 모두 일반적인 시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하이엔드의 기술력이며 당연하게도 가품을 쉽게 구별할 수 있게 해줍니다. 사실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경우 이럴 필요도 없이 배치와 구조만 파악해도 구별하기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