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뽐뿌만 보고 목걸이 사서 프로포즈 한 후기5

결혼 2주 앞둔 예비신랑입니다.

오늘 함 들어가기 전에 그 동안 눈팅하며 여러 정보 얻은 뽐뿌에 제 후기라도 하나 남기자 싶어서 컴퓨터를 켰습니다.

이게 별 거 아닌거 같은데도 이런 어설픈 후기 하나가 저 준비할 때 도움이 되더군요.

프로포즈는 어제 했습니다. 어제가 만난지 700일 되는 날이기도 했고요 오늘 함이 들어가니까 마지막 기회다 싶더군요. 물론 상견례 전에 했어야 했지만 그런 게 어딨나요 ㅎ 어느새 보니 여기까지 와 있더군요.

# 선물 1 - 수제 앨범

일단 1월 경부터 프로포즈 목걸이(결혼 예물 반지는 마쳤습니다. 일상으로 할 수 있게 목걸이 하나 준비했습니다.)와 함께 뭘 해줘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영화를 한 편 보는데 아이디어가 떠 오르더군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였습니다.

(일부 스포 포함) 사랑하는 여자를 살리기위해 그 여자와 헤어져야 했던 남.주는 여자친구에게 무작정 헤어지자고 통보합니다. 여.주는 그 동안 만나며 찍은 사진들을 손수 붙이고 글도 써가며 만든 수제 앨범을 남자친구 집 우체통에 두고 가며 마지막 기회를 줍니다.

아 저거다. 어차피 깜짝 이벤트보다 정성을 바라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저런 수제 앨범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검색해보니 수제 패브릭 커버 바인더를 만들어 주는 분들이 인터넷에 몇 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B5 사이즈의 수제 바인더를 제작해서 받고 그 사이 저는 같이 찍은 사진들 정리하고 필요한 것들 온라인 통해 3x5, 4x6 으로 인화했습니다. (만들다 보니 작은 명함 사이즈의 인화 사진도 필요하더군요 근데 명함 사이즈 인화가 3x5, 4x6보다 훨 비쌉니다. 이럴 경우4x6사이즈에 포토샵으로 네 장 집어넣고 인화해서 잘라 쓰면 딱 명함 사이즈가 나옵디다.) 바인더가 올 때 즈음 역시 인터넷으로 조금 두께감이 있는 B5 색지를 역시 온라인으로 구매해서 3공 펀치로 구멍을 내고 거기에 사진을 하나하나 붙이고 사진마다 스토리를 조금씩 썼지요. 시리*코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에게 카톡 통해 문의해서 수제 패브릭 커버 바인더 제작했고요 비용이 37000원입니다. 이 곳 말고도 몇 군데 더 있었고 그 중 한군데에 먼저 문의했었는데 제작이 밀려서 기한 내에 힘들겠다 그러시더군요. 수제 바인더로 검색하시면 많이 나옵니다. 그렇게 이른바 프로포즈 앨범을 만들어서 줬습니다. 반응은 나중에 몰아서 하겠습니다.

# 선물 2 - 프로포즈 목걸이

갈 시간도 없고 솔직히 주말마다 다른 결혼 준비하느라 힘들어서 평일에 잠깐 짬 나도 못 움직이겠더라고요. ㅎ 오로지 뽐뿌만 봤습니다. 뽐뿌 후기만 보고 정말 좌고우면하지 않고 효성쥬얼리시티 2층 미*로 직진했습니다. "우신 3부 F칼라 SI2 VeryGood. 프로포즈 목걸이입니다." 답변은 "뽐뿌 보고 오신거죠?" 였습니다. ㅎ 55만원 딱지가 붙어있는 다이아부터 보여주셨습니다. 칼라만 E등급으로 하나 올라간 거더군요. 18k 로즈골드 체인(?)까지 해서 68만원 말씀하셨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계약금 드렸습니다. 여자친구 반지에 한 다이아는 그거보다 조금 더 크고 등급도 조금 더 높은 것이었는데 솔직히... 전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더군요 ㅎ 단 제가 월요일에 방문했는데 금요일에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오늘 주문은 오전 중에 끝난다(점심 시간이었습니) 지금 바로 주문 넣겠다. 그럼 금요일까지는 나올 것이다 하시더군요. 정확히 목요일 퇴근시간 즈음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목걸이 나왔다고. 개인적으로 티파니와 같은 색 케이스가 싫어서 다른 색 케이스 부탁드리니 바로 하얀색 케이스 구해 주시더군요. 뭐 발품 팔면 더 좋은 물건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못하시는 분들은 뽐뿌만 열심히 하셔도 큰 손해는 안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쿨럭;;

# 장소 - 씨***린 요트
사실 앨범과 목걸이만 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주는 지가 중요했고 그리고 정말 일주일도 안 남은 상황이더군요. 고민고민하다 조금 쉽게 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돈이 조금 들었죠. 한강 씨***린 요트를 타고 프로포즈 하기로 맘 먹고 전화를 했습니다. 역시 월요일이었습니다. ㅎ "금요일 됩니까?" 된다더군요. 대신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현수막을 실비 3만원 받고 별도 제작해 주니 현수막 문구와 현수막에 넣을 사진. 그리고 동영상을 틀어줄 예정이니 동영상에 넣을 사진 20여개와 배경으로 넣고 싶은 노래 그리고 동영상 자막으로 넣을 편지글 형태의 문구를 달라더군요. 사실 동영상 편집을 할 줄 알아서 동영상은 그냥 직접 하겠다 했습니다.(다행히 프로포즈 앨범 제작을 위해 사진을 모아뒀기에 그 사진들로 동영상을 제작하고 삼각대에 카메라 세워놓고 저도 서서 한 마디 하고 그랬죠.) 현수막은 신청 안 하면 자체 보유 공통 현수막을 걸어준다길래 그냥 안 하겠다 했습니다. 아예 현수막 치워달라는 얘기였는데 ㅎㅎ 가보니 회사 현수막이 걸려 있더군요.

방식은 이렇습니다. 요트 타는 곳에서 저녁식사 하면(식사비 별도) 이벤트 당첨됐다며 요트 무료 승선권을 줍니다. 그럼 요트를 탑니다. 그리고 요트 안에 방으로 들어가면 온갖 조화와 조금은 유치한 장식들 사이에서 미리 준비한 동영상을 보고 난 뒤에 프로포즈를 하는 거죠. 저는 다른 데서 밥 먹기로 했기에 그럼 어떻게 하느냐 했더니 요트 30분 체험 당첨 문자를 보내주고 그거 가자고 데리고 오라더군요. 눈치 빠른 사람은 단박에 알겠죠? ㅎ 다행스럽게도 여자친구는 프로포즈 기대를 접었던 상태라 꽃장식 돼 있는 요트 방 안에 들어가서 "Will you marry me?"라 씌여있는 현수막을 보고 알았답니다. 그렇게 보트에 타면 선장님이 자연스럽게 우리를 요트 안 쪽 방 안으로 안내해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카메라 들고 온 것을 보시더니 "사진 찍는 거 좋아하세요?" 이러면서 "안에 사진 찍기 좋은 곳이 있다."고 안으로 안내하셨습니다...................................... 그리고 방에 들어간 뒤부터 여자친구는 계속.......... 키득키득키득키득 웃기만 했습니다 ㅎㅎㅎ

위치는 뚝섬입니다. 비용은 25->30->35고 요트가 다릅니다. 35짜리 요트만 방풍망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게 있어서 바람이 안 들어옵니다. 겨울에는 35짜리만 가능한 모양이더군요. 한 대 밖에 못 봤습니다. 30분 동안 아주 느린 속도로 청담대교와 영동대교 사이를 오갑니다. 그냥 거의 떠 있는 수준입니다. 방에 들어가면 경치 안 보입니다. 방 밖으로 나와야 야경이 보이는데 방 밖에는 선장님도 함께 계십니다. 참 요트 안에 케익과 와인 꽃다발이 준비됩니다. 끝나면 챙겨주시더군요. 갖고 가라고. 꽃다발은 프리지야도 있고 나름 풍성했고 와인은 스페인산 레드 와인이었는데 그냥 트렁크에 있고 케익은 투썸플레이스 고구마 케익 같더군요.

# 반응

먼저 영상을 틀었는데 여자친구는 또 키득키득키득 영상 끝나고 짧은 멘트와 함께 목걸이를 건냈더니 그제서야 살짝 눈이 반짝반짝. 심플한 다이아와 목걸이가 데일리로 하기 좋아 보인다며 안 그래도 목걸이 하나 갖고 싶었는데 고맙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나름의 야심작 프로포즈 앨범을 줬는데 약간 뜻뜻미지근. ㅎㅎ 그냥 둘이 키득키득 웃다가 끝났습니다. 방에서는 그냥 허겁지겁 나왔고 나오니까 선장님이 요트 몰아보라 그래서(요트 조종 면허가 있는 사람과 동승이라면 면허가 없는 사람이 몰아도 문제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여자친구가 청담대교 교각 사이로 요트도 몰아보고(차라리 이게 더 재밌었던 듯) 그러고 30분만에 프로포즈는 끝났습니다.

집에 바래다 주고 돌아오니 여자친구의 종합 반응은 "요트는 좀 돈 아깝다. 동영상 너무 재미있다.(제가 출연해서 어설프게 말한게 너무 웃기다고... 동영상은 오늘 아침까지도 보고 또 본다더군요 ㅎ 근데 제가 1080 HD로 제작한 동영상을 어떻게 인코딩하셨는지 요트 안에서는 해상도가 엄청 떨어진 상태로 재생됐습니다.) 목걸이 괜찮다. 기대 안 했는데 고맙다. 근데 결혼을 코앞에 두고 있으니 이제 모든 일이 돈으로 보인다.(자체 제작 수제 앨범 언급 없음 ㅜㅜ)" 이었습니다. 그래도 같이 재미있게 사진도 찍고 여자친구도 무척 어색해 하면서도 키득키득 하하 웃으면서 재밌는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좋아했습니다.

이상입니다. 뽐뿌에 처음으로(그리고 아마 마지막으로) 글 남기게 되네요. 결혼 준비하며 많은 도움 받아서(특히 다이아몬드, 반지, 목걸이 관련해선 뽐뿌가 제일 큰 도움이 됐지요.) 저도 작은 후기 하나 남깁니다. 그럼 모두 결혼 준비 잘 하시길.... 생각 안 나면 못 들어올 수도 있어서 업체명 문의하시면 답 못 드릴 수 있습니다. 이 포럼 조금만 뒤져보시면 예물 업체명 정도는 10분 안에 알아내실 수 있을 겁니다.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