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알콜 중독 각 두달 한달 참고 있는 남자의 소회14

24년 6월 24일 6년간 이어져온 주식거래 중독을 끊기로 다짐하고 전부 현금화해서 출금을 했습니다.

24년 8월 8일 주식거래 중독 뿐 아니라 생활 속 모든 나쁜 중독을 끊고자 6년간 하루도 빠짐 없이 마셔오던 술도 끊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점도, 주식을 시작한 시점도 담배를 끊은 시점과 일치합니다.

15년 정도 피우던 흡연을 멈추고 나니 그 보상심리로 다른 무언가에 탐닉하게 되었던것 같네요.

2018년 1월 1일에 담배를 끊었고, 그 즈음부터 주량이 대폭 늘었고 주식 계좌를 만들었네요.

이렇게 몇년을 살아 오면서 각종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고, 저라는 사람은 이런 나쁜 중독에 매우 취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애초에 이런것들에는 손을 대지 않아야지 괜히 멋모르고 덤볐다가는 나머지 인생도 망치게 될거라 판단하고 거래 중독은 두달째, 알콜 중독은 한달째 견뎌내고 있습니다.

먼저 주식거래 중독으로 인해 도박 자금 1억1천500 만원 중 6천500만원을 날렸네요. 웃긴건 제가 낸 주식 거래세와 증권 이용료, 신용 이자 등을 전부 합하면 제가 본 손실 금액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그러니 실제로 주식 거래를 해서 잃은 돈은 거의 없고 그냥 다 세금과 증권사 이용료로 날린셈이죠. 그걸 깨닳았을때야 비로소 '내가 그냥 코스피 나스닥이라는 카지노에서 놀다 왔구나.. 여기 계속 발 담구다가는 틀림 없이 인생 필패다' 확신이 들었습니다.

사실 금액 자체는 제가 가진 자산에 비하면 크지도 않습니다. 다만 주식 계좌에 돈이 있었을때는 하루 종일 주식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코인거래를 안하는 이유가 장이 24시간 열려있어서 였는데.. 미장을 시작하고 나서는 코인과 다름 없어져 버렸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모든 시각이 주가의 변동성을 판단하는 기준점이 되어버렸을때.. 아 내가 미쳐가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경험적으로 소액이지만 안정적인 이익이 기대되는 방향 보다는 위험하지만 큰 이익이 있을것 같은 쪽에 베팅했습니다.

네. 그러니 저는 주식이 아니라 도박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먹을때는 크게 먹고 잃을때는 그 곱절로 잃었습니다.

1억 남짓 넣어놓고 천억 가까운 회전율로 굴렸으니.. 제 어설픔에 비해 원금이 전부 사라지지 않은게 용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더 큰 이익과 극강의 뽕을 맛보고 싶어서 레버리지까지 썼습니다. 

몇년전에는 1억의 원금을 거의다 날리고 고작 2천이 남았었는데, 그때 미친척하고 제 계좌의 남은 자금의 몇배나 되는 돈으로 레버리지 삼아 베팅을 했고, 그걸로 원금의 대부분을 회복했을때 그 뽕 맛을 잊지 못합니다. 아마도 그 경험이 제가 거래 중독에 빠지게 된 결정적 사건이라 여겨집니다. 

그 맛을 보고도 두달째 거래를 참고 있는 제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는 것이 제가 중독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보상이라니 그저 웃플 뿐입니다.

큰 돈은 아니라지만 1억을 전부 잃는것과 조금이라도 회수하고 빠져 나오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것입니다. 사실 이 중독을 계속 반복하면 반반의 확률로 어떤 지점에서는 제가 처음에 계좌에 넣었던 돈을 회수 할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유독 제 자신이 한심하고 초라해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며칠간 미국 밈 주식에서 몇천의 수익을 보고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미 프리 장이 열리길 기다렸습니다. 미리 봐둔 술상에 연거푸 들이킨 소맥으로 저는 이미 알딸딸해있었습니다.

술 몇잔 마시고 땡기는 이 베팅이야말로 단순한 삶을 사는 저에게는 유일한 쾌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웃으며 시작한 베팅은 눈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단 몇분만에 며칠간 땡긴 이천을 다 날렸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물려서 손실이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배민을 켜고 메뉴가 아니라 쿠폰탭을 먼저 누르고, 옷을 사러 가서도 세일칸을 기웃거리지만, 주식 앱에서 몇분만에 날아가는건 중형차 한대였습니다. 한밤중에 술에 취해 미친듯이 깔깔대고는 몇잔을 연거푸 더 털어넣었습니다.

술은 점점 취해가고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새벽이 오고 있었습니다. 충동적으로 그동안 물렸던 물량까지 전부 던지고 어플을 지웠습니다. 

매도한 금액이 예수금으로 전환되는 그 이틀이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던것 같습니다. 과연 내가 거래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재밌는 취미를 끊을 수 있을까? 카지노에 출입하지 않을수 있을까..?

일부러 제주도행 비행기를 끊고 폰을 두고 서브 번호 폰을 들고 제주에 왔습니다.. 그냥 올레길을 정처 없이 걷고 바다가 보이면 수영을 하고 대낮부터 술판을 벌려서 주식을 안보려 애썼습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출금이 가능해졌을때 1억1천500을 넣었던 통장에서 4980만원을 회수해 7억의 대출금 중 일부를 상환했습니다.

그렇게 두달이 흘렀습니다. 처음 며칠간은 제가 담았던 종목들을 눈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르면 슬펐고, 내리면 기뻤습니다. 예전과 같았습니다. 그렇게 몇주가 지나자 주식 뉴스를 보는 빈도가 줄어갔습니다. 

어떤 시점에서 스스로 인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나라는 인간은 주식이라는 방법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없는 타입의 인간이라는 것을.. 오히려 이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지금이야 주변에 부모님이라는 브레이크가 있지만,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을때는 결국 전재산을 탕진하는 패가망신의 길이 자명하다는 것을.. (실제로 주식거래를 그만두게 된 이유 중 어머니의 만류가 크게 작용함) 

두달이 지난 현재는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물론 제가 담았던 종목이 크게 올랐다는 뉴스나 커뮤글이 올라오면 감정의 동요가 있는것도 사실이지만, 생각해보면 지난 몇년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종목 중에 제가 안담아본 종목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종목을 단타 쳤으니 저는 '아 그때 살걸 팔걸' 따위의 후회를 할 필요 조차 없는 사람인거죠.

일단 매매중독을 끊어내고 제일 큰 장점은 더 이상 손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입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폰을 쳐다보는 일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으니 운전이나 보행중에도 안전해졌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러 갈때도 사람들과 대화할때도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완벽히 끊었다고 하기에는 기간이 고작 두달뿐 입니다. 이런 글을 써서 표시를 내고 싶은 심리에는 어쩌면 미련이 몇 방울 정도 섞여 있을 수 도 있겠죠. 그래도 최대한 참아보려합니다..

저처럼 습관성 거래중독에 빠져있는 분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원래 주식거래 중독을 끊어낸 이후 한달 뒤에 시작한 알콜 중독을 끊어낸 소회도 써보려고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고 힘드네요 ㅎㅎ

알콜중독 편은 오후에 술땡길때 한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