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따라 음주 갈망이 너무 심해서 그 끓어오르는 욕구를 참아볼겸 그냥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을 써봅니다. 서른셋의 마지막 날, 약 15년간 피우던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전에 기억도 안날만큼 수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그 날은 진심 of 진심이었고.. 더 이상 담배는 좋은 벗이 아니라 싸워서 이겨야 하는 적이 되었습니다. 내가 고작 이 손가락 한마디 밖에 안되는 놈에게 휘둘려서 역한 냄새를 풍겨야 한다는것도 자존심 상했고, 매일 세금 처럼 나가는 돈도 아까웠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찌푸려지는 여자친구의 얼굴도 한 몫 했습니다. 그래 도대체 이게 뭐 대단하다고 자고 일어나면 습관 처럼 입에 물어야 하지? 내가 이긴다. 내가 이긴다. 내가 이긴다. 그렇게 서른넷의 첫째날 부터 담배를 참았습니다. 그리고 기억을 잘 더듬어보니 그 날 저녁 부터 매일 술을 마셨던것 같습니다. 사실 초반 몇달 동안은 인지하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저는 소주 한병 마시면 토할 정도로 술이 받는 체질도 아니고 애주가는 더더욱 아니었던지라 마셔봐야 맥주 한두캔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다 잠이 안온다는 핑계로 한캔이 두캔이 되고 세캔이 네캔이 되고.. 맥주가 와인이 되고 막걸리가 되고 소주가 되고 녹색이 빨간색이 되고 유리병이 프라스틱으로 바뀌어 가더군요. 그때즈음 3년간 만나던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이제 잔소리 하는 사람도 없고, 이 외로움과 허무함을 달랠 길이라고는 어느새 저처럼 노총각들이 되어버린 오랜 친구들과 술 밖에 없더군요. 그때부터 매일 같이 달렸습니다. 처음엔 소주 반병만 마셔도 뻘개지던 얼굴이 이제는 소주 한병을 마셔도 멀쩡 하더군요. 공복에 맥주 몇잔을 마시고 소주를 마시는게 더 빨리 취한다는걸 알게 되고부터는 일단 글라스로 소맥 두잔 마시고 시작하게 되었고.. 보통 저녁에 반주로 각 1병 2차에 2병 3차에 맥주로 입가심이 기본이 되었습니다. 평일은 그 정도로 마무리 해야 다음날 출근에 지장이 없더라고요. 주말에는 아무 생각 없이 밤새도록 마셨던것 같습니다. 금 토는 연짱으로 아침에 들어가는게 당연시 되었습니다. 저를 아는 오랜 친구들도 미스테리로 생각할 만큼 제 체질이 바뀐건지 술이 잘 받더라고요. 물론 주당들이 보기에는 귀여운 수준이지만 처음 술을 마셔본 고등학생때 부터 저는 소주 반병만 마셔도 얼굴과 몸이 뻘게지고 한병이상 마시면 먹은걸 다 게어내는 수준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기간에는 아무리 마셔도 토 하는 일도 없고 숙취라는게 뭔지 모를 정도로 멀쩡했습니다. 오히려 주당이라던 친구들이 술만 마시면 다음날 해장이니 뭐니 골골 댈때 저는 해장술을 시켜서 더 먹였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딱 6년을 마시니 신호가 오더군요. 24년을 기점으로 술만 마시면 블랙아웃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3병 이상 마셔야 오던게 2병만 마셔도 기억이 안나더군요. 휴.. 이게 뭐하는 짓인지... 쓰다보니 이거 뭐 그냥 마른 주정이네요.. 그냥 뒤로가기 눌렀는데 안지워지네요. 그래서 그냥 올립니다. 누구 대화할 사람도 없고 심심해서요. 뭐라도 먹어서 음주 갈망 좀 이겨야겠네요.
| 
등록안내
등록안내
0
0
[* 익명2 *]
비슷하게 술 마시는 사람으로써 많은 부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술 끊어야 하는데 환경상 너무 힘드세요
그러시군요.. 저도 진짜 힘드네요.
사실 뭘 해야하는게 힘들고 아무것도 안하면 달성되는 금주는 상대적으로 쉬운게 맞는건데.. 왜이리 힘들까요 휴